오는 21일 중국 선전서 월드컵 예선 원정 경기
5월 중국 구금된 뒤 6개월째 혐의조차 불투명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옛 주전 미드필더 손준호(31) 없이 중국전을 치르게 됐다. 손준호는 지난 5월부터 혐의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6개월째 중국 공안 당국에 붙잡혀 있다.
한국은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첫 경기에서 싱가포르를 5-0으로 이겼다.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한국은 오는 21일 중국 선전에서 예선 2차전을 치른다. 2017년 중국 창사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0-1로 진 뒤 중국전 4경기 무패(3승1무) 행진 중인 한국은 처음으로 적지에서 경기를 치른다.
문제는 손준호 없이 중국전을 치르게 됐다는 점이다.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굳게 지키던 정우영(알칼리즈)이 클린스만호 출범 후 서서히 물러났고 그를 대체할 적임자로 거론되던 선수가 손준호였다.
3월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정우영이 전반전 부상으로 이탈하자 손준호는 교체 투입돼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두 차례 득점 기회를 따내는 등 추후 활약을 예고했다.
중국 산둥 타이산으로 복귀해 6월 A매치를 기다리던 손준호는 지난 5월12일 중국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됐다. 중국 정부는 손준호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중국 일부 매체는 손준호가 5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혐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으며 접견권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국 축구계 안팎에서는 축구 외에 정치와 외교 등 다른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한국 A대표팀 주축 미드필더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장기간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축구협회는 6월 A매치 소집 선수 명단에 손준호를 포함시키면서 중국 측에 무언의 압박을 보냈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급기야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까지 나섰다. 클린스만 감독은 엘살바도르 평가전을 하루 앞둔 6월1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마무리되고 결과가 나오도록 기도하는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빨리 해결돼 9월에는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장 손흥민도 안타까워했다. 손흥민은 손준호와 연락이 끊긴 상태라며 걱정했다. 그는 “준호가 엄청 가깝고 어릴 때부터 호흡을 맞춰서 자주 연락했는데 그런 일을 겪어서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다”며 “준호와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좋은 결과를 얻고 다시 팀으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10월 A매치 기간에도 풀려나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달 13일 서울에서 튀니지전(4-0 승)을 치른 뒤 손준호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아쉬운 것은 손준호의 부재다. 손준호가 우리가 생각하는 6번과 8번 임무를 소화하는 선수”라며 “예를 들어 최전방에 4명의 선수들을 올려서 공격적으로 게임을 가져가면 앞 쪽의 4명이 전방에 위치했을 때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 라인을 보호해줘야 한다. 그 역을 잘 소화해줄 수 있는 선수가 손준호”라고 짚었다.
외교부와 주중국 대사관이 당사자와 면담을 갖고 중국 측에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손준호는 여전히 중국에 붙들려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까지 손준호 문제가 다뤄졌지만 해법 도출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월드컵 예선 중국전이 열리게 됐다. 손준호는 이 경기에 나설 수 없을뿐더러 오랜 기간 축구를 하지 못해 선수 생명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손준호가 비운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는 박용우(알아인)와 이순민(광주FC)이 채우고 있다. 클린스만호가 중국 원정을 승리로 장식해 손준호를 위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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