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3세, 베테랑이라고 불리는 나이지만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게 된 김재윤은 “많이 배우고 싶다”고 했다.
프로 데뷔 때부터 우상으로 삼았던 ‘끝판대장’ 오승환(41)과 함께 뛰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재윤은 22일 삼성과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발표된 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오승환 선배와 함께 뛸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 설렌다. 식사를 몇 번 같이 했지만 오승환 선배가 삼성에 잔류하시면 처음으로 같이 뛰게 된다”며 “워낙 몸 관리를 잘하시기로 유명하시지 않나. 같이 뛰게 되면 많이 배우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삼성은 김재윤과 4년 최대 5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20억원, 연봉 합계 28억원, 인센티브 10억원의 조건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은 뒷문 불안에 시달렸다. 오승환이 전성기적 위력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가운데 마땅한 후계자가 나오지 않았다. 올해 삼성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16으로 리그 최하위였다.
결국 외부 수혈을 택했다.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대어급 불펜 투수로 분류된 김재윤을 붙잡았다.
2015년 KT 위즈에 입단해 2016년부터 마무리 투수를 맡은 김재윤은 2021년부터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2021~2023년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수확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2년 연속 세이브 2위를 차지했다.
2021년 4승 3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42로 활약해 KT의 통합 우승에 힘을 더했고, 올해에도 5승 5패 32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의 성적을 거뒀다. 프로에서 뛴 9시즌 동안 통산 성적은 44승 33패 169세이브 17홀드 평균자책점 3.58이다.
2023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오승환은 권리를 행사했지만, 삼성 잔류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환과 재계약 방침을 세운 삼성은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 큰 틀에서 공감대는 형성한 터라 오승환의 삼성 잔류 가능성은 크다.
김재윤은 “2019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오승환 선배를 처음 뵀다. 워낙 대선배셔서 같이 훈련하는 것조차 실감이 나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삼성은 오승환과 김재윤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 중이다. 김재윤은 우상과 함께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거나 같은 자리를 두고 경쟁하게 될 수 있다.
김재윤은 “어느 팀에 있어도 경쟁하는 것은 똑같다. 만약 경쟁하게 되면 나도 마무리 투수로 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프로에 발을 들인 이후 한 팀에서만 뛰었던 김재윤은 처음으로 KT가 아닌 팀의 유니폼을 입는다.
이적과 잔류를 두고 고민했지만 결국 삼성행을 택했다. “FA 승인 신청을 한 뒤 삼성에서 너무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 나이가 적지 않아 걱정도 있었는데 이종열 단장님이 새벽부터 찾아오시는 등 관심을 보여주셨다”며 “그런 부분에서 나를 정말 필요로한다는 진심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KT는 저를 성장시켜준 팀이다. 떠날 결심을 했을 때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 그래도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마음의 짐을 조금 덜었다”며 “이강철 KT 감독님께는 어제 전화를 드렸다. 아쉽지만 좋은 대우를 받고 가니 축하한다고 하시더라. 감사하면서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KT를 상대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는 “다들 너무 친한 사람들이라 웃음부터 나올 것 같은데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구단을 통해 “KBO리그에 데뷔한 2015년 삼성은 범접할 수 없는 최고의 팀이었다. 다시 한 번 왕조를 일으켜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던 김재윤은 통화에서도 “삼성은 명문 팀이라 생각한다. 일원이 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삼성이 예전 왕조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내가 잘해야한다는 생각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프로 무대에 서기까지 우여곡절이 워낙 많았다.
휘문고 시절 주전 포수로 뛰었던 김재윤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자 2009년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현역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뒤 다시 프로의 문을 두드린 김재윤은 KT 입단 후에는 투수로 전향했다.
김재윤은 “KT 입단 당시 1군에서 던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잘 버텼다. 스스로 잘 이겨냈다는 뿌듯함이 있다”며 “좋은 조건에 FA 계약까지 하게 돼 기분이 좋다”고 돌아봤다.
적지 않은 금액을 받게 돼 부담도, 책임감도 느낀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만큼 가치를 인정해주신 것이기도 하다”며 “비시즌에 준비를 더 잘하겠다.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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