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박병호(37·KT 위즈)는 또 무관에 그친 아쉬움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지난 27일 KBO 수비상 1루수 부문 초대 수상자가 돼 단상에 올랐을 때도 그는 “KT가 최하위로 내려갔다가 차근차근 분위기를 바꿔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는데 내가 많이 부족해 우승하지 못했다”며 자책감이 가득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정규시즌 2위 KT는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2패 뒤 3연승을 하며 극적인 리버스 스윕을 달성했다. 그 기세를 몰아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와 맞붙었는데 1승 뒤 4연패를 당해 우승이 불발됐다.
2014년, 2019년에 이어 3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른 박병호는 시리즈 내내 4번 타자로 중용됐지만 타율 0.111(18타수 2안타) 1홈런 2볼넷 2타점 3득점 8삼진으로 부진했다.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8회말 고우석을 상대로 역전 투런 아치를 그리며 부활하는가 싶었는데 9회초 LG 오지환에게 재역전 3점 홈런을 맞아 7-8로 패했다. 사실상 시리즈의 향방이 결정된 경기였는데 박병호의 홈런도 빛바랬다.
박병호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있다. 쉽게 잊어지지 않는다. 현재 몸 상태는 좋은데 마음은 그렇지 않다”고 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박병호는 2014년과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이 각각 0.143(21타수 3안타), 0.250(16타수 4안타)로 ‘국민 거포’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떨치지 못한 것인데 박병호는 투수의 견제가 아닌 자신의 기량 부족 탓을 했다.
그는 “내가 더 잘했다면 분명 결과가 달랐을 텐데 내가 너무 못했다. 어느 하나가 아니라 공격과 수비에 걸쳐 모든 부분에서 많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금껏 무려 6차례나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는 한 번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했다. 올해 이루지 못한 우승을 내년에는 꼭 해내고 싶다는 각오다. 2024년은 KT와 프리에이전트(FA)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기도 하다.
박병호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 KT가 내년에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 내년에는 공격도 수비도 잘해서 우승 꿈을 이루고 싶다”고 다짐했다.
30대 후반의 나이가 됐지만 아직도 배울 게 많다고 했다. 박병호는 “올 시즌을 마치면서 몸 관리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느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뿐 아니라 다른 팀의 투수들의 수준도 많이 올라왔다. 나도 이제 나이든 선수가 됐는데 (젊고 기량이 좋은) 투수들의 공을 잘 대처하기 위해 비시즌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병호는 지난해 홈런 35개를 치며 개인 통산 6번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18개의 아치를 그리는데 그쳐 10시즌 연속 20홈런이 무산됐다. 그가 KBO리그에서 20홈런도 치지 못한 것은 LG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트레이드 된 2011년(13개) 이후 처음이다.
박병호는 KBO 시상식에서 최정(SSG 랜더스)와 경쟁 끝에 홈런왕에 등극한 노시환(한화 이글스)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면서도 후배들과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노시환이 20대 중반의 나이에 거포의 자질을 보여줬는데 매우 대견스럽다. 내 나이가 적지 않지만 항상 누구와도 경쟁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내년에는 후배들과 홈런왕 경쟁을 펼쳐 다시 한번 타이틀을 따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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