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 한전 감독 '단벌 신사'…현역 때도 민감
이정철 감독, 빨간 넥타이…GS칼텍스는 '승리빵'
프로배구 남자부 한국전력이 ‘단벌 신사’ 징크스에 힘입어 연승을 달리고 있다. 권영민 감독이 같은 양복을 입고 경기에 나올 때 마다 승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징크스들이 배구판을 뒤흔들었지만 단벌 신사는 보기 드문 경우다.
한국전력은 지난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고 5연승을 달성했다. 6승6패 승점 18점으로 리그 4위 OK금융그룹(7승4패)과 승점이 같아졌지만 승수에서 밀려 5위에 머물렀다. 시즌 개막 직후 4연패에 빠졌던 팀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기세가 당당하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연승 배경 중 하나로 단벌 신사 징크스가 거론되고 있다. 권영민 감독은 지난 14일 OK금융그룹전 때 베이지색 세미 정장을 입고 나와 4연패에서 탈출했고 이후 매 경기 같은 옷을 입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후 5연승을 달성했다. 권 감독은 연승 기간 동안 같은 복장을 고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권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징크스에 민감했다. 현대캐피탈 세터로 뛰던 시절 그는 직전 경기에서 이기면 다음날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시간에 옷을 입어야 마음이 편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선수들은 그런 권 감독을 보며 혀를 내두른다. 일본 출신 리베로 료헤이는 지난 21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징크스가 그렇게 심한 선수나 지도자는 못 봤다. (권영민 감독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배구판에는 다양한 징크스가 있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IBK기업은행을 이끈 이정철 감독에게는 한때 붉은색 넥타이 징크스가 있었다. 이 감독은 중요한 경기가 열릴 때는 넥타이는 물론 셔츠와 속옷도 빨지 않고 직전 경기에 입었던 그대로 다시 착용했다.
GS칼텍스 정대영은 경기 전에 사진을 찍으면 경기를 그르친다는 이유로 사진 촬영을 피했다. 한국도로공사 임명옥은 몸 상태가 나빠진다는 이유로 홍삼을 멀리했다.
GS칼텍스 강소휘는 리시브 연습을 많이 하면 경기 중에 오히려 더 리시브가 안 된다며 경기 직전 연습량을 조절했다. OK금융그룹 부용찬은 경기 전에 일부러 조용한 음악을 골라 듣기도 했다.
‘승리빵’ 징크스도 있다. GS칼텍스는 2017년 일본 이바라키현 전지훈련 당시 숙소 인근 한식당에서 회식을 했고 식당 주인은 ‘이길 승(勝)’ 자가 새겨진 빵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해 컵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에도 같은 식당을 찾아 승리빵을 선물 받았고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V-리그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달성했다.
지난해 빵 제조업체가 코로나19 탓에 빵 생산을 중지했고 공교롭게도 지난 2022~2023시즌 5위에 머물렀다.
부진한 성적을 낸 뒤 승리빵 징크스의 위력을 절감한 GS칼텍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그 식당을 찾았고 이번에는 승리빵을 나눠 먹으며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열린 컵대회에서 여지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를 데려오며 전력을 강화한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며 포스트시즌 출전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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