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겪은 염기훈(40) 수원삼성 감독대행이 진한 아쉬움에 고개를 숙였다.
수원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강원과의 홈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이날 무승부를 거둔 수원은 승점 33으로 11위 수원FC와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수원FC 44골, 수원 35골)에서 밀려 최하위(12위)를 기록, 2부리그로 떨어졌다.
수원 삼성이 강등된 것은 지난 2013년 승강제가 도입된 뒤 처음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해 승강 PO로 떨어졌지만 FC안양을 가까스로 제치고 생존에 성공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최하위로 추락하면서 강등의 아픔을 겪었다.
이병근 감독, 김병수 감독에 이어 지난 9월말 수원의 지휘봉을 잡았던 염기훈 감독대행은 아쉬움에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염 대행은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선수들도 운동장 안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우리가 원하지 않는, 생각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왔다. 선수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미안하다.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승리가 절실했던 수원은 이날 오히려 수세적인 경기 운영을 펼쳐 의아함을 자아냈다. 결국 득점 없이 비기면서 최하위로 추락했다.
염기훈 대행은 “내가 부족해서 그런 상황이 나왔다”며 “그 안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은 내 부족함이다. 저의 잘못이 크다”고 했다.
그는 ‘강등 원인’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잠시 고민했다. 염 감독대행은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뛰는 것인데, 그 안에서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수들이 많이 혼란스럽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올해만 감독이 2차례 바뀌는 등 이해할 수 없었던 구단의 운영을 지적한 것이다.
2010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염기훈 대행은 올해 은퇴를 번복하고 플레잉코치를 맡았으나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처음 수원에 입단할 때를 돌아봤던 그는 “그때와 지금의 스쿼드에서 차이가 크다”며 “당시에는 이름있는 선수도 많았고, 구단이 쓰는 예산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해진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했으나 더 좋은 선수들이 같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염 감독대행은 계속된 구단의 낙제점에 가까운 운영에 대한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오늘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내가 사랑하는 팀이 이렇게 강등 됐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다. 그래도 수원은 분명 다시 1부리그로 올라갈 것이다. 선수들도 더 힘냈으면 한다”고 독려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대행을 맡았던 염기훈 대행이다. 많은 이들은 시즌 초반부터 수원의 강등을 예상했으나 그는 시즌 막판 지휘봉을 잡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는 “솔직히 지금 후회는 없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선수들이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감사했다. 팀을 위해서 어떻게든 뭐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부족했지만 선수들이 해준 것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기훈 감독대행의 향후 행보는 아직 물음표다.
그는 “어디서 다시 시작할지 모르겠지만 지도자의 꿈은 계속 갖고 나갈 것”이라면서 “구단과 향후 일은 다시 얘기를 다시 해야 한다. 수원에 남든, 아니면 다른 팀으로 가더라도 계속 지도자의 삶을 살 것”이라고 했다.
선수 생활도 마침표를 찍은 염기훈 대행은 “안 좋은 상황에서 은퇴하지만 앞으로도 수원을 사랑하고 응원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을 수 있는 부분은 돕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