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김민선(의정부시청)이 헌 스케이트화를 신고 올 시즌 월드컵 대회에서 첫 금메달을 차지했다. 2026년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스케이트화를 바꿨지만 기록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결국 예전 장비를 신게 됐다.
김민선은 지난 3일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1부리그)에서 37초73으로 에린 잭슨(37초75·미국), 펨케 콕(38초01·네덜란드)을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시즌 월드컵 1차 대회부터 5차 대회까지 500m 금메달을 휩쓸며 ‘빙속여제’ 이상화의 뒤를 이을 ‘신(新) 빙속여제’로 떠오른 김민선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스케이트화를 교체했고 그 결과 1차 대회와 2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결국 3차 대회에서는 지난 시즌에 신던 스케이트화로 바꿨고 곧바로 1위를 탈환했다.
스케이트화로 고민하는 선수는 김민선 외에도 많았다. 스케이트화는 빙상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다. 스케이트화와의 궁합은 기록과 직결된다. 기록 향상을 위해 새 것으로 바꾸기도 하지만 발에 잘 맞지 않아 적응기간 동안 불편함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많다. 적응 과정에서 발에 상처가 생겨 피를 흘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남자 500m 동메달리스트 이강석은 2011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2007~2008시즌 스케이트화를 바꿨다. 시즌 개막을 앞둔 마지막 전지훈련에서 발에 피가 나는 등 혹독한 적응기를 거친 끝에 월드컵 4차 대회부터 금메달을 따기 시작했다.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빙속여제 이상화 역시 2011~2012시즌을 앞두고 스케이트화를 교체했다. 그 결과 기록이 향상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스케이트화 교체가 역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2개 보유한 중장거리 간판 이승훈은 2012~2013시즌 당시 스케이트화를 4번 교체하는 홍역을 치렀다.
피겨 선수들 중에도 스케이트화 때문에 고통을 겪은 선수들이 많다.
스케이트화를 수차례 바꿔도 발에 맞는 제품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스케이트화는 점프 등 주요 기술에 큰 영향을 주므로 선수와 스케이트화 간 궁합은 점수로 직결된다.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고려대)은 2016~2017시즌을 마친 후 여러 차례 부츠를 교체하고도 발에 맞는 부츠를 찾지 못했다. 맞지 않는 부츠를 신고 훈련하다가 오른 발목과 왼쪽 고관절에 부상을 입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딴 최다빈도 스케이트화를 거듭 교체했지만 발목 부분이 꺾이면서 부상을 입었고 상승세가 꺾였다.
김민선처럼 옛 스케이트를 다시 신는 것 역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탓에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
차준환은 지난해 3월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신형 대신 기존 장비를 신었는데 현지 공식 연습에서 오른쪽 스케이트화 발목 부분이 부러지고 끈을 거는 고리까지 떨어져 나가면서 결국 대회 도중 기권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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