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5)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성공에 누구보다 뿌듯해 한 사람은 홍원기(50)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다.
홍 감독은 이정후가 프로에 입문한 2017년부터 6시즌 동안 수비코치, 수석코치, 감독으로 지도해왔다. 이정후가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성장하는 과정에는 그의 공을 빠트릴 수 없다.
홍 감독은 13일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84억원)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가진 뉴스1과 인터뷰에서 “함께했던 선수가 성장해 메이저리그라는 최고의 무대를 밟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 이정후의 빅리그 진출이 히어로즈 구단은 물론 국내 프로야구 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후가 받는 1억1300만달러는 역대 KBO리그 선수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 최고 대우다. 종전 최고액이던 류현진의 6년 3600만달러(약 473억원)를 뛰어넘는다.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은 상징성이 크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이정후는 물론 KBO리그에 대한 가치를 높이 봤다는 의미다.
홍 감독은 “이정후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조건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국위를 선양하고 KBO리그의 위상을 높여 자랑스럽다”고 기뻐했다.
이정후는 데뷔 첫 시즌인 2017년부터 출중한 기량을 뽐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매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며 최고 반열에 올랐다. 2022년에는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와 함께 타격 5관왕(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등극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정후가 프로 처음부터 비단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이정후는 휘문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될성 부른 떡잎으로 평가받았으나 쟁쟁한 선배에 밀려 곧바로 프로 주전을 꿰차진 못했다.
신인 이정후의 달라진 야구인생에는 두 가지 전환점이 있다. 하나는 포지션을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바꾼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 주전 외야수로 낙점된 임병욱이 큰 부상으로 이탈한 것이다.
이정후의 포지션을 변경한 데에는 홍 감독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6년 전의 일을 회상한 홍 감독은 “내야수보다 외야수로 뛰는 것이 (수비 부담을 줄이면서) 이정후의 뛰어난 타격 능력을 살리는 것이라 판단했다. 타격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했지만, 당시 장정석 감독이 이를 승낙했기에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이 이정후의 야구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프로 첫 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의 첫 역할은 백업 외야수 및 대타 자원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내야수로 뛴 시간이 많았던 이정후는 상대적으로 외야수 경험이 부족했다. 이에 매일 홀로 외야 수비 훈련을 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이정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공수에 걸쳐 존재감을 뽐내며 주전 외야수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이정후가 중견수로 좋은 기량을 갖추게 된 부분은 메이저리그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과 현지 매체는 이정후의 수비 능력에 가산점을 부여했고, 중견수가 필요했던 샌프란시스코도 적극적으로 이정후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정후가 높은 잠재력과 뛰어난 개인 기량을 갖고 있었지만 이를 발현할 수 있던 데에는 주변의 도움도 컸다.
홍 감독은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까지 가장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도 (그 뒤에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구단,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동료들 등이 있었고,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 이정후뿐 아니라 모두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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