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까지 쫓아온 중국 팬들에게 조롱을 받아 마음고생을 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황대헌(강원도청)은 안방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친 뒤 이같이 말했다.
황대헌은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2023~2024 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후 “중국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는 모두 달랐지만, 싫어하는 선수는 한 명으로 같았다”며 “반대로 생각했다. 모두가 나를 응원해준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밝혔다.
황대헌과 중국 팬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것은 지난 8~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컵 3차 대회 도중이다.
대회 둘째 날인 9일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황대헌은 숙소까지 찾아온 중국 팬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안중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9일 경기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숙소까지 찾아와 황대헌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팬들이 있었다”며 “황대헌이 숙소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지 않은 기분을 받았다고 한다. 대기 이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팬들이 다른 중국 선수의 이름을 언급하며 조롱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장에서 야유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숙소까지 찾아와 선수를 테러하듯 쫓아다닌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황대헌이 심리적으로 타격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귀국하기 전까지는 불안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팬들이 언급한 이름은 한국 대표팀으로 뛰다가 황대헌과의 불미스러운 일로 중국 귀화를 택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사건 이후 대표팀은 ISU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남은 대회 기간 동안 황대헌은 신변 보호를 위해 보안 요원을 대동하고 다녔다.
이후 불미스러운 일이 또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황대헌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마음 졸였던 사건을 뒤로 하고 이번 대회를 준비한 황대헌은 비록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남자 1000m 결승에서 2위를 차지해 은메달을 수확했다. 혼성 2000m 계주에서도 동메달 획득에 힘을 더했다.
2022~2023시즌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바람에 올해 3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나서지 않았던 황대헌은 “홈에서 경기한 것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처음인데 오랜만이라 설렜다”며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개인 종목은 500m, 1000m만 소화했던 황대헌은 500m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준결승에서 4번이나 스타트를 다시 했는데 그 과정에서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생겨 도중에 레이스를 포기했다.
황대헌은 “모든 종목이 치열하겠지만 500m는 스타트에서 순위가 결정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출발할 때 다른 종목보다 거친 몸싸움이 생긴다”며 “스케이트 날에 문제가 없었다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