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송 21일 개막 아시아퍼시픽컵 출격
美무대 누비는 티띠꾼-하타오카 등과 대결
국내무대 호령 이다연-이소영도 우승 도전
개인전 트로피만 43개… 강민구배 2연패도
“고진영 선배가 롤모델이에요. 경기를 차분하게 풀어가는 모습을 닮고 싶어요.”
수줍어하는 듯한 목소리였지만 단단한 의지와 함께 자신감이 느껴졌다. 국내 여자 아마추어 골프 최강자 이효송(15·마산제일여중3)이 ‘제2의 고진영’(사진)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다. 이효송은 21일부터 사흘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폰독인다 골프장에서 열리는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에 출전한다.
국가대항전 성격을 지닌 이 대회엔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나선다. 참가가 확정된 58명 중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저 타수 1위인 아타야 티띠꾼(태국), LPGA투어 통산 6승의 하타오카 나사(일본) 등이 포함돼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신인왕 김민별과 이 부문 3위 황유민 등도 출전한다. 올해 2승을 포함해 KLPGA투어 통산 8승을 기록 중인 이다연, 통산 6승의 이소영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대회는 개인전과 함께 2명이 한 팀을 이뤄 치르는 단체전도 진행한다. 개인전에는 55만 달러(약 7억1000만 원), 단체전엔 20만 달러(약 2억6000만 원)의 상금이 걸려 있다. 이효송은 “세계적인 선수가 많이 나오는 만큼 배운다는 자세로 치고 싶다”며 “10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아마추어 팀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 두 살 위 (김)민솔 언니와 함께 금메달을 땄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도 언니와 한 팀을 이뤄 잘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효송은 한국 아마추어 골프계에선 이미 이름난 강자다. 6월 국내 최고 권위의 강민구배 한국 여자 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10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한 라운드 최소타와 대회 최소타 기록을 모두 새로 썼다. 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것도 정일미(1989, 1993년) 이후 30년 만이었다.
이효송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전국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지금까지 개인전 우승 트로피 43개를 모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골프 영재’의 모습을 자랑하기도 했다. 당시 비거리 230m의 드라이버샷과 정교한 아이언샷, 정확한 퍼팅으로 박수를 받았다.
할아버지 이승배 씨는 이효송이 초등학생 때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자 밭으로 쓰던 집 앞마당을 미니 골프장으로 만들어 주는 등 정성을 쏟았다. 그린뿐 아니라 벙커까지 갖춘 이곳에서 이효송은 쇼트게임과 퍼팅을 연마했다.
초등학생 때부터 ‘제2의 박인비’로 불렸던 이효송은 전인지 박성현 등 세계 무대에서 성공한 선배들의 뒤를 따르는 게 목표다. 그는 “박인비 프로님은 포커페이스가 너무 멋있고, 전인지 프로님은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뻐 좋아했다”며 “박성현 프로님이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나도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롤모델은 여자 골프 역대 최장 기간 세계랭킹 1위 기록(163주)을 갖고 있는 고진영이다.
이효송은 “아직은 부족한 게 많다. 쇼트게임과 퍼터를 보완해야 하고 멘털도 더 강해져야 한다”며 “KLPGA투어에서 우승을 많이 해 이름을 남긴 뒤 LPGA투어로 가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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