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서 옮겨와 1R ‘조용’… 2R 이후 평균 15.8점 활약
‘드리블은 짧게’ 조상현 감독의 족집게 처방 먹혀
적극 수비로 1R 결점 보완해 팀 성적 상승 이끌어
“‘내가 잘하니까 팀 성적도 올라가네’ 싶어서 요즘 농구가 참 재미있다.”
프로농구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양홍석(26)의 말이다. 양홍석은 올 시즌 1라운드 9경기에서 평균 9.3득점에 그쳤고 지난 시즌 2위 팀 LG도 5승 4패(4위)로 시즌 스타트를 끊었다. 2라운드 이후 13경기에서 양홍석이 평균 15.8점을 넣자 LG는 11승 2패로 성적이 올라갔다. 2라운드 이후만 따지면 LG가 프로농구 10개 팀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다. 이제 선두 DB(19승 5패)와는 불과 2경기 차이다.
21일 팀 안방구장인 경남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양홍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다녀온 뒤 왼쪽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까지 겪으면서 한동안 팀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이론 수업’만 듣고 1라운드 경기를 뛰다 보니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만 급하고 쉬운 골밑 슛을 놓치는 등 실수가 잦았다”고 했다.
양홍석이 ‘진도’를 따라가는 데 특히 더 애를 먹었던 건 그가 ‘전학생’이었기 때문이다. 프로에 데뷔한 2017∼2018시즌부터 6시즌 동안 KT에서만 뛰었던 양홍석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했다. 첫해 보수로 리그 3위에 해당하는 7억5000만 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양홍석은 “LG가 나를 거액에 데리고 왔으니 팀이 지난 시즌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하지 않나. 그런데 LG는 지난 정규시즌 2위 팀이라 선택지가 1위밖에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부담감이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조상현 LG 감독도 양홍석에게 “너 받는 돈 생각하면 당연히 잘해야 한다”며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드리블을 길게 끌지 말라”고 주문했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단체 구기 종목 선수는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움직임이 더 좋다. 반면 양홍석은 공이 없을 때 움직임이 더 좋다는 평을 듣는다. 문제는 양홍석이 ‘볼 핸들러’ 역할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조 감독이 ‘족집게 처방’을 내린 것이다.
양홍석은 “매일 밤 경기를 모니터링하면서 감독님 말씀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실제로 내가 드리블을 끌다 보면 득점 타이밍을 놓치거나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더라”면서 “감독님이 1라운드 기간에 나를 빠르게 파악해 해주신 조언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공격에서 처방이 먹혀든 뒤 조 감독은 양홍석에게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하고 있다. 양홍석은 공격 때보다 수비 때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따라다니던 선수였다. 조 감독은 “홍석이는 수비도 잘할 수 있는 선수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동안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내가 지시한 방향을 잘 따라오고 있다. 앞으로 더 잘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양홍석은 “우리 팀 전술상 4번(파워포워드) 포지션을 맡고 있는 내가 실수를 저지르면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큰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1라운드 때 팀이 부진했던 것도 다 내 잘못”이라며 “실수를 줄여 ‘무결점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우리 팀은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곳에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홍석은 “LG가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까지 갔으니 올해는 팀을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어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는 게 목표다. 나도 LG도 아직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꼭 정상에 올라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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