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최근 북미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10년 7억 달러(약 9121억 원)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 쇼헤이(사진)가 등번호 17번을 자신에게 양보한 팀 동료 조 켈리의 아내에게 포르셰 차량을 선물했다. 켈리의 아내 애슐리 켈리는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타니에게서 온 깜짝 선물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영상에서 애슐리는 집 앞에 주차된 은색 스포츠 세단을 보고 놀란다. 이때 한 남자가 “당신을 위한 차다. 오타니가 준 선물”이라고 말한다.
2019년부터 17번을 달았던 켈리는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설이 나올 때부터 등번호 양보 의사를 선뜻 밝혔다. 애슐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타니 영입 캠페인’을 벌이며 남편의 등번호를 99번으로 바꿔 달기도 했다. 오타니의 다저스 입단 계약 후 켈리도 “오타니가 지금처럼 활약한다면 분명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다. 그게 나도 명예의 전당에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MLB에서는 등번호를 양보 받은 선수가 원래 주인에게 선물을 하는 게 관례다. MLB에서 16년을 뛴 후 2021년 한국프로야구 SSG에 입단한 추신수도 등번호 17번을 양보한 이태양(현 한화)에게 2000만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했다.
선물 대신 현금을 준 사례도 있다. 왕년의 도루왕 리키 헨더슨(65)은 1993년 토론토로 이적하면서 터너 워드가 달고 있던 24번을 얻기 위해 현금 2만5000달러(약 3258만 원)를 건넸다. 지금도 적지 않은 돈이지만 당시로선 상당한 액수였다. 2014시즌 도중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된 존 래키는 등번호 41번을 선뜻 양보한 팻 네식에게 베이브 루스(1895∼1948)의 친필 사인볼을 선물했다.
2012년 피츠버그에 입단한 A J 버넷은 대니얼 매커친의 딸 대학 등록금을 대주기로 약속하고 등번호 34번을 넘겨받았다. 당시 MLB 최저 연봉을 받고 있던 매커친은 아내의 배 속에 있던 딸 대학 등록금을 먼저 요청했고 버넷이 이를 받아들였다.
등번호 양보를 거부한 경우도 있다. 1989년 뉴욕 메츠로 이적한 사이영상 수상자 프랭크 바이올라가 16번을 양보해 달라고 하자 드와이트 구든은 “뭐든지 다 줄 수 있지만 등번호만은 안 된다”며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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