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잠잠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시한 19명의 선수 중 10명의 선수가 아직 계약을 맺지 못했다.
그래도 이들은 수요라도 있다. 원소속팀에서 경쟁력을 잃고 방출된 선수들은 더욱 추운 겨울을 보내는 중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은 방출생들도 있다. 베테랑 투수 임준섭(34)과 이민호(30)는 2024시즌을 보낼 새 둥지를 찾았다.
2023시즌 종료 후 SSG 랜더스에서 방출된 임준섭은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의 부름을 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왼손 불펜 자원이 부족했던 롯데는 시즌 중반 KT 위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심재민을 데려왔고, 11월엔 LG 트윈스에 2025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고 진해수를 영입했다. 그리고 임준섭까지 수혈하며 왼손 불펜을 착실히 보강했다.
이민호는 입단테스트를 통해 사자군단에 입성했다. NC 다이노스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전천후 투수로 활약했지만 2023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고 무적 신세가 됐고, 이후 삼성에서 새 출발하게 됐다. 올해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 삼성은 이민호에게 아직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영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하곤 아직 여러 선수들이 새 팀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눈에 띄는 선수로는 서건창, 송은범, 이재원, 노수광 등이 있다. 경험도 풍부하고 주전으로 활약했을 때도 있었지만 노쇠화를 피하지 못했고 경쟁에서 밀린 끝에 낙오됐다.
그럼에도 이들 모두 현역 연장 의지를 불태우며 타팀의 오퍼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소속팀에서 부진을 겪은 서건창과 이재원의 경우 직접 구단에 방출을 요청하고 시장에 나왔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구단이 내년 시즌 전력 구성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 외국인 선수나 굵직한 FA 정도만 남겨둔 상태다.
방출 선수 영입에 큰 돈이 드는 건 아니지만 샐러리캡을 고려해야하는 구단 입장에선 한 푼이라도 허투루 쓸 수 없다. 나이가 많고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를 영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건 방출생 성공 신화를 쓴 선수들이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LG 트윈스)과 노경은(SSG 랜더스)이 대표적이다.
둘 모두 2년 전 소속팀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2021시즌 종료 후 NC로부터 전력 외 통보를 받은 김진성은 LG 유니폼을 입은 뒤 날아올랐다. 2022시즌 6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부활에 성공한 김진성은 LG와 2년 FA 계약까지 맺었고 올해 역시 팀의 허리를 든든히 지키며 29년만의 통합우승 멤버로 우뚝섰다.
노경은 또한 2년 전 롯데에서 방출됐지만 입단테스트를 통해 SSG에 합류하면서 새로운 야구 인생이 시작됐다. 2022시즌 41경기에서 79⅔이닝을 소화하는 등 마당쇠 역할을 자처했고,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의 기쁨을 함께 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76경기에 구원 등판해 83이닝을 던졌는데, 이는 올해 불펜 최다 이닝이다. 30홀드를 기록한 노경은은 박영현(KT 위즈·32개)에 이어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악화되고 초조함은 더해진다. 구직중인 방출생 모두 제2의 김진성과 노경은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추운 겨울을 감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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