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생으로 2023시즌 KBO리그 최고령 선수로 뛴 추신수(SSG 랜더스)와 김강민(한화 이글스), 오승환이 각기 다른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24년은 이들 셋이 함께 뛰는 마지막 해가 된다. 김강민이 쭉 KBO리그를 지킨 가운데 2014년 일본으로 떠났던 오승환이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거쳐 2020년 삼성에 복귀했고, 빅리그에서 16시즌을 뛴 추신수가 2021년 전격 SSG행을 결정하면서 셋은 3년간 함께 KBO리그 무대를 누볐다.
셋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미국에 직행한 추신수는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이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치며 MLB 정상급 외야수로 활약했다. 2013시즌 뒤에는 텍사스와 7년 총 1억3000만달러에 대형 계약을 맺기도 했다.
오승환은 KBO리그 역사에서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손꼽힌다. 그의 이름을 빼고 KBO리그 각종 세이브 기록을 논하기 힘들 정도다. 올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10월 14일 SSG전에서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밟았고, 한·미·일 통산 522세이브를 수확했다.
김강민은 SK 왕조의 주축이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수준급 타격 능력을 앞세워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활약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만 40세를 넘긴 나이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낸 추신수와 김강민, 오승환은 각기 다른 겨울을 보내고 있다.
추신수는 이달 14일 2024시즌을 마친 뒤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시작한 프로 생활의 종지부를 찍을 시점을 드디어 결정했다.
무엇보다 추신수는 KBO리그 최저 연봉인 3000만원만 받기로 해 눈길을 모았다. 2022년 27억원, 올해 17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추신수는 의미있는 마지막을 만들기 위해 연봉 삭감을 자처했고, 3000만원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추신수의 결단 덕에 SSG는 샐러리캡에 여유도 생겼다.
은퇴 시즌을 베푸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며 팬들과의 다양한 만남도 계획 중인 추신수는 2024시즌 SSG 선수단 주장 완장도 찬다. 은퇴를 발표하면서 추신수는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2군) 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경험과 생각을 전수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강민은 생소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23년간 몸 담은 SSG가 아닌 한화에서의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가 김강민이었다.
SSG는 현역 연장과 은퇴를 고민 중이던 김강민과 매듭을 짓지 못했다. 유망주 위주로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35명 명단을 꾸린 SSG는 김강민을 제외했다. 한화는 4라운드 전체 22순위로 김강민의 이름을 호명했다.
한화의 김강민 지명으로 여론이 들끓었고, 이는 김성용 전 SSG 단장의 사퇴로까지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이적에 당혹감을 느꼈을 김강민은 “팀에 필요한 선수”라며 구애를 펼친 한화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기로 했다.
김강민은 SSG에서 뛰다가 스스로 방출을 요청한 뒤 한화에 새 둥지를 튼 포수 이재원과 함께 한화에 경험을 전수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올 시즌 초반 부침을 겪으면서도 30세이브를 수확해 3년 연속 30세이브 달성에 성공한 오승환은 시즌 뒤 프리에이전트(FA)가 됐다.
삼성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오승환의 이적을 상상하기는 힘들다.
오승환과 삼성은 ‘잔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불펜 때문에 골치를 앓은 삼성은 오승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오승환도 이달 초 한 시상식에서 “삼성이 없었다면 오승환이라는 야구 선수도 없었다”고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양 측이 계약 조건에서 이견이 있어 잔류로 가닥을 잡은 것 치고는 시간이 다소 걸리고 있다. 올해가 이틀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연내에 계약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통산 400세이브라는 이정표를 세운 오승환은 세이브를 거둘 때마다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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