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SSG 랜더스의 잠수함 투수 박종훈(33)이 배수의 진을 치고 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0년 SK 와이번스(현 SSG)에 입단한 박종훈은 2015년부터 선발 투수로 자리잡은 후 몇년 간 꾸준한 성적을 냈다.
지난 2017년에는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12승)를 달성했고 2018년에는 개인 최다승(14승)을 올렸다. 특히 그 해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해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풀타임 시즌 중 처음으로 3점대 평균 자책점(3.88)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흐름이 좋았는데, 2021시즌 전반기 오른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끊겼다.
1년 넘게 재활에 매달린 박종훈은 2022년 7월 말에야 복귀했다. 그 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며 두 번째 우승 반지를 얻었다.
박종훈은 건강한 몸과 좋은 기운을 안고 2023시즌을 준비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다. 시즌 초부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았으나 볼넷을 남발하며 6월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기술 향상보다 멘털 치료에 힘 썼지만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고 18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ERA 6.19)이라는 초라한 기록으로 시즌을 마쳤다.
2024년 팀 리모델링을 꾀하고 있는 SSG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35인 보호선수명단에서 베테랑 박종훈을 제외했다. 그러나 9개 구단에서 박종훈을 지명하지 않아 찝찝하게 SSG에 남게 됐다. 한때 선발투수로 우승을 이끌었던 박종훈에게는 수모와 같은 일이었다.
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취재진과 만난 박종훈은 “처음 보호선수명단에서 빠졌다는 걸 듣고 믿기지 않았다. 충격적이었다”며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내가 보호명단을 짰어도 나를 뺐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타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만약 2차 드래프트에서 다른 팀에 갔으면 더 우울했을 것 같다. 애정이 큰 이 팀에서 다시 반등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종훈은 2024시즌 반등을 위해 14㎏을 뺐다. 한 눈에 보기에도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박종훈은 “장모님께서 내가 좋은 성적을 냈을 때 체중을 말씀해주셨고 스스로도 감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뺐다”며 “최근 벌크업을 하면서 100㎏이 넘었었는데 다시 80㎏대로 떨어졌다. 올해는 힘보다는 유연함을 생각하며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훈은 “올 시즌 못하면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팬들께 죄송해서 출근 때 얼굴을 가리면서 야구장으로 갔다”며 “지금이 프로 인생 중 가장 바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스스로를 믿고 꼭 반등하고 싶다”고 의욕을 다졌다.
박종훈은 오는 10일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는 추신수의 집으로 향해 일찍부터 몸을 만들기로 했다. 추신수의 초대로 하재훈과 박종훈이 몇 주 간 함께 숙식하며 트레이닝을 한다.
박종훈은 “내가 언제 또 (추)신수형 집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작년에 이어 이번에도 가기로 했다”며 “(하)재훈이가 지금은 타자지만 원래 투수를 했던 친구라 나랑 캐치볼을 하기에도 편하다. 그래도 포수가 한 명 더 가면 좋을 것 같아서 박대온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곳에서 좋은 환경을 잘 이용하면서 새 시즌 준비를 잘 해보겠다.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을 목표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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