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통산후원액 5억달러
대회 총상금의 4배 넘는 액수
우즈 “당연히 새로운 계약 맺을것”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82승을 거두는 동안 수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그중에서도 2005년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최종일 16번홀(파3)에서 나온 칩샷은 ‘인생 샷’이라 할 만하다.
우즈가 러프 위에서 친 세컨드샷은 그린에서 90도로 꺾인 뒤 내리막을 타고 홀을 향했다. 홀 가장자리에 잠시 멈춰 선 이 공은 나이키 로고를 드러낸 뒤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즈는 포효했고, 연장 승부 끝에 우승했다. 나이키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중계 영상을 실제 광고에 활용했다.
이처럼 운명과도 같았던 우즈와 나이키의 동행이 27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우즈는 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후원 계약 종료 사실을 밝혔다. 우즈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상징적인 브랜드와 함께해 행운이었다. 나를 이끌어준 필 나이트 나이키 창립자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글을 올렸다.
1996년 프로로 전향한 우즈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조건이던 5년 4000만 달러에 후원 계약을 맺었다. 2001년에는 5년 1억 달러, 2006년에는 8년 1억6000만 달러로 계약 규모가 늘었다. 우즈와 나이키는 2013년 2억 달러(추산)에 후원 계약을 10년 연장했다. 우즈는 나이키의 후원으로만 5억 달러(약 6578억 원) 이상을 벌었다. 그가 지금껏 PGA투어에서 벌어들인 대회 총상금(1억2100만 달러·약 1592억 원)의 4배가 넘는 액수다. 나이키골프의 간판이었던 그는 자신의 이니셜을 딴 브랜드 ‘TW’도 론칭했다.
나이키는 우즈가 어려울 때도 그와 함께했다. 우즈가 불륜 스캔들에 휘말렸던 2009년과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때에도 나이키는 줄곧 우즈의 편에 섰다. 하지만 나이키는 골프 사업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16년 골프채와 골프공 등 장비 사업에서 철수한 뒤 골프 의류 부문만 남겨뒀다. 이후에도 골프 시장에서 나이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다.
골프계에서는 27년 만에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우즈를 어떤 회사가 후원할 것인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우즈는 소셜미디어에 “내게 새로운 챕터가 있을 거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또 다른 챕터가 있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썼다. 우즈의 에이전트인 마크 스타인버그 역시 “우즈가 새로운 계약을 준비 중이며 흥미로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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