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목표는 중위권서 순위 싸움
횡패스 지양하고 간결한 플레이
미리 움직이는 빠른 축구 추구”
선수 육성-팀 위한 희생도 강조
“더 직선적이고 빠른 ‘샤프한 축구’를 하겠다.”
선수 시절 날카롭고 예리한 플레이로 ‘샤프’라고 불렸던 그는 프로축구 팀 감독이 돼서도 같은 단어를 꺼냈다. 올 시즌부터 수원FC 지휘봉을 잡게 된 김은중 감독(45) 이야기다. 김 감독이 프로 팀 사령탑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팀 안방 구장 수원종합운동장에서 9일 만난 김 감독은 “(전진하지 못하는) 횡패스를 최대한 지양하면서 좀 더 간결하고 도전적인 축구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리 생각하고 미리 움직여야 빠른 축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20세 이하(U-20) 한국 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김은중호’는 지난해 6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위에 올랐다. 당시 U-20 대표팀은 뚜렷한 스타가 없어 ‘골짜기 세대’로 불렸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프랑스를 꺾는 등 이변을 이어가며 2019년 대회(준우승)에 이어 아시아 국가 최초로 2회 연속 4강 진출 기록을 남겼다. 그 과정에서 김 감독의 리더십도 조명을 받았다.
김 감독은 “축구에 대한 접근 방식은 대표팀과 프로팀이 다를 바가 없다”면서도 “대표팀은 선수를 뽑아서 쓸 수 있지만 프로팀은 매번 원하는 선수를 사올 수 없다. 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하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는 혼자 할 수도 없고 내가 마법을 부리는 사람도 아니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선수단에 ‘모두를 위한 희생’을 주문했다.
한국과 일본(베갈타 센다이), 중국(창사 진더)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했던 김 감독은 2015년 벨기에 2부 리그 팀 튀비즈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23세 이하(U-23) 대표팀 코치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치렀다. 지난해 U-20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에서 활동했다.
김 감독은 “많은 도전을 통해 성장해온 것 같다. U-20 대표팀 감독 때 수많은 변수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면 TSG에선 좀 더 넓은 흐름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해외 리그에도 관심이 많은 김 감독은 센다이 시절 룸메이트였던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대표팀 감독(56)과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나눈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K리그1(1부 리그) 12개 팀 중 11위에 그쳤다. K리그2(2부 리그) 2위 팀 부산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서 1부 잔류에 성공했지만 채워야 할 ‘구멍’이 적지 않다. 가장 급한 건 수비다. 수원FC는 지난 시즌 44골을 넣는 동안 76골을 내주면서 K리그 한 시즌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을 새로 썼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에는 상대의 좋은 플레이로 실점하기보단 우리의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준 게 유독 많았다. 안정적인 수비 시스템을 통해 실점을 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종료 후 주전급 선수를 포함해 18명을 떠나보내며 팀 개편에 나선 수원FC는 지난 시즌 K리그2 최소 실점 팀 김포에서 주전 수비수 김태한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공격에서는 원톱을 중심으로 공격형 미드필더의 2선 침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4-1-4-1 포메이션을 구상하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는 강등권에서 벗어나 중위권에서 안정적으로 순위 싸움을 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K리그1에 입성하면서 U-23 대표팀 코치 시절 ‘보스’였던 김학범 제주 감독과의 사령탑 맞대결도 성사됐다. 김 감독은 “김학범 감독님 옆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철두철미한 준비의 중요성을 몸으로 습득했다. K리그에서 각자의 색으로 마주할 생각을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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