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우디전 승부차기 4-2 승리
아시안컵 8연속 8강… 호주와 대결
3경기 부진 조규성, 첫 교체 투입
승부차기 3번째 키커로도 골 성공… ‘선방쇼’ 조현우 “막을 자신 있었다”
“‘이제 한 골 들어갔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조규성은 3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 경기를 마친 뒤 이렇게 말하면서 “엄청 좋아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기쁨보다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낸 것에 만족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국 축구가 후반전 종료 직전에 터진 조규성의 드라마 같은 헤더 골로 기사회생한 뒤 승부차기에서 사우디를 물리치고 8회 연속 아시안컵 8강에 올랐다. 한국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이날 22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1득점에 그친 골 결정력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64년 만의 아시안컵 정상에 도전하는 한국은 2월 3일 0시 30분 호주와 4강 진출을 다툰다.
전반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 1분 만에 상대 공격수 압둘라 라디프에게 실점했다. 리드를 허용한 한국은 상대 골문을 열어젖히기 위해 세차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사우디의 수비력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사우디 골키퍼 아흐메드 알 카사르의 벽이 높았다. 조규성이 “너무 잘 막더라. 후반에 기회가 많았는데 그걸 다 막더라. 깜짝 놀랐다”고 했을 정도다.
한국의 0-1 패배로 끝나는 듯했던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건 조규성의 헤더였다. 조규성은 후반 추가시간 설영우가 골문 왼쪽에서 보낸 헤더 패스를 머리로 받아 골문을 뚫었다. 추가시간 10분이 주어졌는데 9분이 지났을 때다. 조규성이 동점골을 넣고 1분 뒤 심판은 후반전 종료 휘슬을 불었다.
조규성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부진해 축구 팬들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다. 머리를 길렀다는 이유로 ‘실력은 없는데 겉멋만 들었다’는 댓글도 달렸다. ‘예능 프로 말고 축구에 집중해라’라는 비난도 들었다. 그러자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나서 “선수를 흔들지 말아 달라. 선수에게는 가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던 조규성은 이날 16강전에선 후반 19분 교체로 투입됐고, 승부차기에선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었다.
조규성은 사우디전이 끝난 뒤 “골도 넣고 소원대로 이겼다. 이겨서 기분은 당연히 좋은데 동점골 순간에 지금까지의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가나전 당시 조규성이 멀티 골을 터뜨렸던 곳이다. 이때도 머리로만 2골을 넣었다. 하지만 조규성은 자신이 뛰었던 곳이라는 걸 처음엔 몰랐다고 한다. 조규성은 “도착하고 보니 많이 본 듯한 경기장 같아 (황)희찬이 형한테 물어봤더니 ‘가나전’이라고 하더라”며 “얘기를 듣자마자 ‘(오늘은)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서 웃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이 경기장에서 치렀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일등공신이 조규성이라면 승부차기에서 히어로는 골키퍼 조현우였다. 조현우는 상대 세 번째와 네 번째 키커의 슛을 다이빙 세이브로 연달아 막아내며 한국의 8강 진출을 이끌었다. 조현우는 “연습을 많이 했다. 승부차기를 하게 되면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분이 좋다”고 했다. 조현우는 원래 대표팀 세컨드 골키퍼였다. 주전 수문장 김승규가 훈련 도중 무릎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부터 골문을 지키고 있다.
한국은 8강전까지의 휴식 시간이 호주보다 짧아 체력 면에서는 불리하다. 호주는 지난달 28일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연장전을 치르지도 않았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은 “더 많은 휴식 시간을 갖기 위해 조 1위를 하고 싶었는데 2위를 했다. (대진표에 따른) 경기 스케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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