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13은 불길한 숫자로 통한다. 반면 12월 13일생인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는 13을 행운의 숫자라고 믿는다. 각종 시상식에 참가할 때마다 ‘(13번째 로마자인) M열 13행 좌석에 앉게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2월 11일(2+11=13)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58회(5+8=13) 슈퍼볼은 스위프트가 남자 친구 트래비스 켈시(35·캔자스시티)가 뛰는 모습을 ‘직관’한 13번째 경기였다. 스위프트는 전날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마친 뒤 8900km를 날아와 남자 친구가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주고 예약한 VIP룸에 경기 시작 약 130분 전 도착했다.
이 행운의 숫자는 이번에도 스위프트를 배반하지 않았다. 캔자스시티는 이날 연장 접전 끝에 샌프란시스코를 25-22로 물리치고 두 시즌 연속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에 올랐다. 슈퍼볼 2연패 팀이 나온 건 2005년 뉴잉글랜드 이후 19년 만이다.
이날 경기장 전광판에 남자 친구 등번호(87번)로 된 목걸이를 차고 있는 스위프트의 모습이 나타날 때마다 환호보다 야유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경기장을 더 많이 찾았다는 방증이다. 스포츠 베팅 참가자들도 샌프란시스코의 우승 확률(56.5%)을 더 높게 평가했다. 미국도박협회(AGA)에 따르면 이번 슈퍼볼 베팅 규모는 역대 최대인 231억 달러(약 31조 원)에 달했다.
‘언더도그’(예상 승률이 더 낮은 선수나 팀)에는 행운이 필요한 법. 캔자스시티가 터치다운을 허용해 13-16으로 역전을 허용한 4쿼터 초반 행운이 찾아왔다. 샌프란시스코가 보너스 킥(1점)에 실패한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 때 보너스 킥을 61번 시도해 60번(98.4%) 성공한 팀이다.
그 결과 캔자스시티는 13-16, 3점 차이로 샌프란시스코를 추격할 수 있게 됐다. 미식축구에서 3점 차이는 필드골(3점) 하나로도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4점 이상 차이가 날 때는 최소 필드골 두 개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 1점 때문에 캔자스시티는 19-19 동점으로 승부를 연장전까지 끌고 갈 수 있었다.
연장전에서도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캔자스시티는 연장전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먼저 필드골을 내줬다. 지난 시즌까지 슈퍼볼은 어느 팀이든 점수를 내면 바로 끝나는 ‘서든 데스’ 방식으로 연장전을 치렀다. 그러다 올 시즌부터 양 팀에 공격 기회를 최소 1번씩 주도록 규칙을 손질했다. 그 덕에 캔자스시티는 마지막 공격 기회를 얻어 역전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다. 2010년 이후 NFL 플레이오프 경기가 연장전까지 이어진 건 이번 슈퍼볼이 13번째였다.
미국에서는 켈시가 이번 슈퍼볼 때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NFL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면 스위프트에게 청혼을 할 것인지를 두고 베팅이 열리기도 했다. 켈시는 청혼 대신 진한 입맞춤으로 여자 친구와 기쁨을 나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