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샌프란시스코 동료들과 첫 합동훈련… 내달 시즌 개막전
‘40인 로스터’ 모두 나와 손발 맞춰… 李, 4개 타구 담장넘겨 타격감 과시
멜빈감독 “타격-수비 준비 잘해왔다”
‘개막전 1번타자 맡길 것’ 예고
“개막전에 선두 타자로 나가는 건 난생처음이다. (김)하성이 형이랑 서로 상대 팀 리드오프로 만나는 게 너무 신기하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의 목소리엔 설렘이 가득했다. 절친한 형이자 한국프로야구 키움 시절 동료였던 김하성(29·샌디에이고)과 함께 만들 역사적인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는 듯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음 달 29일 샌디에이고 방문경기로 2024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와 김하성이 이날 나란히 양 팀 톱타자로 나서면 MLB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1번 타자 맞대결이 벌어지게 된다. 팀 스프링캠프 공개 훈련 첫날인 15일 취재진과 만난 이정후는 “개막전부터 하성이 형을 만나는 것도 신기한데 같이 1번 타자로 나서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성이 형이야 워낙 잘하니까 나만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선수들은 이날 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야수진의 공식 소집일은 21일이지만 40인 로스터에 속한 선수들 모두 15일에 모여 손발을 맞췄다. 유니폼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은 것만 달랐을 뿐 프로그램과 훈련 강도 등은 스프링캠프와 동일했다.
이정후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으로 수비, 타격 훈련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야외 타격 훈련에 나선 이정후는 4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날려 보내는 등 좋은 타격감을 보여줬다. 이정후는 “치려고 한 게 아닌데 (컨디션이 좋아서) 넘어갔다”며 너스레를 떤 뒤 “시범경기 시작까지 며칠 남지 않아 몸을 빨리 끌어올리려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5일 시카고 컵스와 첫 시범경기를 치른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흐뭇한 표정으로 이정후의 훈련 장면을 지켜봤다.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타격과 수비 모두 준비를 잘해 왔더라”라며 “이정후가 개막전에 출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후에게 개막전 1번 타자 자리를 맡길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다. 멜빈 감독은 지난해까지 샌디에이고 사령탑으로 김하성에게 톱타자를 맡겼던 지도자다.
이정후는 1일 캠프지에 도착해 개인 훈련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는 적응에 문제가 없다. 이정후는 “2017년 신인으로 키움에 입단했을 때가 지금보다 더 긴장되고 떨렸다. 그때는 숨도 제대로 못 쉬었지만 지금은 마음껏 쉰다”고 농담한 뒤 “이번에는 오히려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크다.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오른손 투수, 왼손 투수를 가리지 않고 당당하게 상대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MLB에서는 아직 한 경기도 뛰지 않아 투수들을 잘 모른다.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가 타석에 자주 서 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범경기부터 투수들의 공을 보는 걸 최우선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팀 최고 스타 대접을 받고 있는 이정후는 동료들과도 빠르게 친해지고 있다. 이정후에게 한국어 인사말을 배운 몇몇 선수는 이날 한국 취재진을 향해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정후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영어는 거의 다 알아듣는다. 다만 아직 말은 잘 나오지 않는다”며 웃었다. 멜빈 감독은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이정후도 빠르게 적응해 정말 놀랍다. 이정후는 짧은 영어로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동료들이 다가가기 편한 성격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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