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리스와 대통령을 하루에 다 만나다니”… 샌디에이고 방한 이틀차 유소년 야구 클리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7일 1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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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단과 (한국) 대통령을 하루에 다 보다니 정말 미쳤어요.”

오산 기지에서 공군으로 복무하는 주한미군 애덤 스미스 씨의 아들 아이작 군은 16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구단이 서울 용산어린이공원 야구장에 마련한 야구 클리닉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행사에서 받은 샌디에이고 유니폼 상의에는 이날 만난 선수들의 사인이 가득했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운뎨)를 비롯한 샌디에이고 선수단이 16일 용산 어린이정원 내 어린이야구장에서 야구클리닉 행사를 마친 뒤 참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박찬호재단 제공


샌디에이고 선수단은 이날 오후 12시 30분경 활짝 웃으며 야구장에 등장했다. 선수단이 도착하기 전 박찬호 박찬호재단 대표(51)와 선수들을 환영하는 ‘연습’을 했던 선수들은 선수들이 한 명, 한 명 소개될 때마다 연습이 필요 없었을 정도로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야구클리닉에는 지난 시즌 아시아 내야수 최초 골든글러브를 일군 김하성(29)을 비롯해 고우석(26), 매니 마차도(32),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5) 등 8명의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나서 국내 유소년 엘리트 선수, 주한미군 자녀 등 150여 명의 학생들을 지도했다.

선수단은 20,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다저스와 개막 2연전 ‘서울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전날 새벽 입국했다. 샌디에이고 구단은 서울시리즈를 위해 방한하는 기간 동안 유소년 선수들을 위한 행사를 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샌디에이고 고문인 박찬호 대표의 도움으로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김하성이 지난 시즌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수상한 MLB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야수 부문)를 앞에 두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축사를 하고 있는 에릭 그룹너 샌디에이고 최고경영자(CEO). 박찬호 재단 제공
에릭 그룹너 샌디에이고 최고경영자(CEO)는 행사 시작 “김하성은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선수다. 여러분도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꿈을 향해 최선을 다 하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다.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CEO를 비롯해 선수단이 대거 참여한 것에 대해 샌디에이고 선수 관계자는 “클리닉 참여는 100% 선수단 자율이었다. 선수들이 김하성 선수를 좋아해 뭐라도 더 도움이 되어주고 싶어 기쁘게 나섰다”고 했다.

김하성(왼쪽)이 유소년 선수들에게 내야 수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호 재단 제공


행사장을 찾은 김하성의 아버지 김순종 씨는 “하성이가 메이저리그 선수단 일원이 돼 이렇게 한국에서 유소년 선수를 지도하는 걸 보니 정말 행복할 따름”이라며 유소년 선수들에게 수비를 지도하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이날 마산 양덕초 야구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오전 4시 40분 출발해 행사장에 왔다. 학부모들은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자는 아이에게 옷을 입혀서 왔다”고 웃으며 TV 중계로만 보던 빅리거들에게 야구를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담기 바빴다.

마차도, 타티스 주니어 등은 홈플레이트 주변 내야에서 선수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T볼대에 야구공을 놓아주며 스윙 훈련을, 김하성과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는 외야에서 수비 훈련을 도왔다. 김하성은 “공을 늘 눈 앞에서 두고 잡아야 한다”며 유소년 선수들 앞에서 직접 땅볼을 잡고 송구하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고우석과 박찬호 대표는 캐치볼과 투구 자세 훈련 등을 지도했다.

이날 행사 말미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방문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학생들의 박수를 받으며 직접 야구 스윙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자 몇몇 참가 학생들은 “주말 좀 늘려주세요, 학교 안 가게 해주세요”라고 외쳐 어른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글러브를 구해 동네 형들과 야구를 시작했다. 여러분들을 보니 정말 부럽다. 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유명 선수들에게 야구를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책 읽고 공부만 한다고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 스포츠를 하고, 특히 ‘룰의 경기’인 야구를 즐기면 몸도 건강할 뿐 아니라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열심히 야구를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브랜드 씨 부부는 리틀야구를 하는 두 아들과 18개월 된 막내 딸까지 일가족이 이날 행사장을 찾아와 추억을 만들고 갔다. 첫째 앤서니 군은 챙겨온 야구카드에 샌디에이고 스타 매니 마차도,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얼굴 옆에 각 선수의 사인을 받아갔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산에서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는 니콜라스 브랜든 씨는 야구 클리닉에 참가한 두 아들은 물론 아내, 막내 딸까지 모두 데리고 행사장을 찾았다. 브랜든 씨 부부는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에 살아 원래 LA 다저스 팬이었다. 오늘 행사를 진행한 분이 ‘찬호 팍’이라니 정말 놀랍다. 너무 재미있고 친근하게 아이들을 가르쳐주셔서 못 알아봤다”며 “오늘부터는 무조건 파드리스 팬을 해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날 첫째 아들 앤서니 브랜스 군은 이날 마차도, 타티스 주니어가 함께 나온 야구 카드에 두 선수의 사인을 모두 받았다. 유니폼에도 선수단 사인을 가득 받은 두 ‘야구 소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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