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국내 남자부 우승 김홍록
다섯 번째 풀코스 도전에서… 개인 기록 1분이상 단축 1위 골인
“후반 지구력 등 숙제 더 많아진 듯… 황영조-이봉주 선배 뒤잇는게 목표”
건국대 김홍록(22)은 17일 열린 2024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국내 부문 남자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양 손가락으로 소속 대학을 의미하는 알파벳 ‘K’를 만들어 보였다. 오른발에 잡힌 물집 때문에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대학 육상부 친구들의 축하에 미소 가득한 얼굴이었다. 서울마라톤 국내 남자부에서 11년 만에 대학생 우승자가 나온 순간이었다.
건국대 4학년으로 육상부 주장인 김홍록은 이날 2시간14분20초를 기록했다. 대학생이 서울마라톤 국내 남자부 정상에 오른 건 2013년 한국체대 성지훈 이후 11년 만이다. 김홍록은 작년 이 대회에서 3위를 할 때 세웠던 자신의 최고 기록(2시간15분27초)을 1분 이상 앞당겼다. 또 심종섭(33·한국전력·2시간15분47초·국내 2위) 등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하며 한국 남자 마라톤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대한육상연맹은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대학교 3학년 이후부터 풀코스 마라톤에 출전할 것을 권하고 있어 대학생 우승자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세계육상연맹(WA)도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엔 19세 이하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고 있다.
김홍록은 자신의 다섯 번째 풀코스 도전을 앞두고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말 제주에서 겨울 전지훈련을 시작하며 왼쪽 앞정강이근을 다쳐 이날도 다리와 발목에 테이핑을 한 채 레이스에 나섰다. 대회 2주 전엔 장염으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마음고생으로 대회 전날엔 밤잠도 설쳤다. 이번 대회에선 약 30km 지점부터 홀로 질주했다. 레이스 경쟁을 벌인 선수가 있었다면 기록을 좀 더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다. 결승선까지 마지막 3km를 남기고는 맞바람이 강해져 어려움을 겪었다.
김홍록은 레이스를 마친 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풀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썼지만 스스로는 합격점을 주지 않았다. 점수로는 100점 만점에 65점을 매겼다. 김홍록은 “11년 만의 대학생 우승은 기쁘지만 목표로 삼았던 2시간11분대 기록에는 미치지 못해 많이 아쉽다. 그동안 내 강점으로 여겼던 후반부 지구력에서 아직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오히려 숙제가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홍록은 “황영조, 이봉주 선배님 같은 선수로 성장해 침체해 있는 한국 마라톤을 세계 최강으로 올려놓는 게 목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풀코스 출발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엔 오세훈 서울시장,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 알베르토 운치니 만가넬리 아디다스 글로벌러닝 총괄대표, 박철호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 김재호 동아일보 회장, 이인철 스포츠동아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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