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방한한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일정을 마치고 한국을 떠났다.
22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는 아내 다나카 마미코와 함께 출국하는 오타니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이 몰렸다. 오타니를 향한 뜨거운 인기를 엿볼 수 있었지만, 오타니는 가볍게 손 인사를 하는 등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출국 수속을 밟았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의 돈을 훔쳐 불법 도박을 한 충격적 사실이 드러나 해고된 탓인지 오타니는 한국에서 보낸 마지막 날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미디어와 접촉을 최대한 자제했고 입도 꾹 다물었다.
오타니는 이번 서울시리즈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는 계약기간 10년, 총액 7억 달러의 북미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 대우를 받고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국내에서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가 처음 열리는 서울시리즈는 곧 ‘다저스맨’ 오타니의 공식 데뷔 무대이기도 했다.
여기에 오타니는 깜짝 결혼 발표와 함께 아내 다나카를 공개하면서 그를 향한 취재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취재진이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구름떼처럼 몰려왔다.
오타니도 20일 서울시리즈 1차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향한 관심을 피하지 않았다. 2012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이후 12년 만에 방한한 오타니는 “한국은 정말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다시 한국에 오게 돼 기쁘다”며 들뜬 모습을 보였다. 또한 경기를 마친 뒤에는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리즈의 마지막 일정을 보내는 21일에는 달랐다. 통역 미즈히라가 최근 불법 도박에 손을 댔고,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자금을 절도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영향으로 보인다.
다저스 구단은 즉각 미즈하라를 해고하며 진화에 나섰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이와 관련한 질문에 ‘노 코멘트’로 일관, 오타니와 선수단을 지키고자 했다.
오타니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자취를 감췄다. 서울시리즈 1차전에서는 그라운드에 나와 동료들과 함께 웜업을 했지만, 2차전에는 이를 아예 생략했다. 경기 전 훈련 시간에는 50분 동안 클럽하우스가 개방되는데 오타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별도의 실내 공간에서 훈련한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정상 출전했다. 경기 직전 자신을 소개할 때는 옅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2번 지명타자로 나선 그는 끝까지 뛰며 5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펜스 가까이 두 차례 타구를 날렸지만 모두 상대 외야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11-12로 따라붙은 8회말에는 2사 2루의 동점 기회에서 마지막 타격을 했지만 범타에 그쳤다.
경기를 마친 뒤 오타니는 다시 침묵했다. 클럽하우스 내 그의 라커룸 앞에는 다저스 관계자 2명이 자리해 취재진의 질문을 막았다. 짐을 정리한 오타니는 그대로 선수단 버스에 올라탔다. 전날 화기애애하게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핵폭탄과 같던 ‘통역 사태’로 인해 오타니는 행동거지에 조심해야 했고, 결국 서울시리즈를 마친 소감도 남기지 못한 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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