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샌디에이고전 2타점 펄펄
첫 홈런후 관중석 아버지 가리켜
동료들 경기후 맥주 퍼부으며 축하
감독 “지금까지 인상적인 활약”
데뷔전 안타, 두 번째 경기에선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홈런.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연일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정후는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방문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이정후의 안타는 MLB 데뷔 후 첫 홈런이었다.
이정후는 3-1로 앞선 8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왼손 불펜 투수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했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몸쪽 깊숙이 들어온 3구째 스위퍼(시속 125km)에 방망이를 돌렸다. 방망이 중심에 정확히 맞은 공은 시속 168km로 날아가 우중간 외야석에 꽂혔다. 비거리는 124m였다.
담담한 표정으로 다이아몬드를 돈 이정후는 홈을 밟은 직후 관중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정후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엔 아버지 이종범 전 LG 코치와 가족들이 있었다. 이 전 코치는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고 옆에 있던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경기를 미국 전역에 생중계한 폭스TV 중계진은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 스타였던 ‘바람의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람의 손자’가 홈런을 친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이 장면을 전했다. 이정후의 홈런으로 MLB에서 홈런을 날린 한국 선수는 15명으로 늘었다.
샌프란시스코는 8회 계속된 공격에서 마이클 콘포토가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리며 이날 9-6으로 승리했다. 이정후는 5회 희생플라이 타점을 포함해 타점 2개를 올리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까지 이정후는 3경기에서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봅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를 처음 보면 콘택트 능력만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빠른 타구를 종종 만들었다”며 “오늘도 까다로운 왼손 투수를 상대로 첫 홈런을 쳤다. 지금까지 매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홈런 후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정후는 동료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동료 선수들은 경기 후에도 이정후를 샤워실로 데려가 맥주와 면도 크림을 퍼부으며 다시 한번 축하했다. 이정후는 MLB 데뷔 홈런 공도 되찾았다. 안방 팀 샌디에이고를 응원하는 한 가족이 홈런 공을 잡았는데 경기 후 이정후에게 돌려줬다. 이정후는 사인볼 3개와 샌프란시스코 모자 3개를 답례로 선물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경기 후 이정후와 이 가족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이 가족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샌디에이고의 김하성(29)이었다. 이를 전해 들은 이정후는 통역을 통해 “(김)하성이 형에게 당신들의 이야기를 꼭 전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프로야구 키움에서 4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후와 김하성은 절친한 사이다. 이날 5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김하성은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지만 타격에선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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