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8년만에 챔프전 정상… 3번째 ‘우승 티셔츠’ 입은 ‘블로퀸’ 양효진
코로나땐 리그1위 했지만, PS없어 챔프전 우승 무산
김연경과 챔프전 첫 맞대결
잊지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
“우승에 대한 물음표를 지울 수 있어 기쁨이 남달랐다.”
4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프로배구 현대건설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양효진(35)은 이렇게 말하면서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우승했던 것 같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양효진의 소속 팀 현대건설은 사흘 전인 1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5전 3승제) 3차전에서 흥국생명을 꺾고 3연승으로 정상에 오르면서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 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의 우승이고, 2010∼2011시즌 이후 13년 만의 통합 우승이었다. 2007년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양효진에겐 개인 세 번째 우승이다.
현대건설은 앞서 2019∼2020, 2021∼2022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프전 우승 트로피는 품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포스트시즌 경기 자체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엔 우리 팀 선수 모두가 마음을 많이 비우고 시작했다. 각자 최선을 다한 게 우승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양효진은 8년 만에 다시 밟은 이번 챔프전 무대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흥국생명과의 1차전 경기 영상을 다시 봤는데 코트 위에서 내가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더라”라고 했다. 정규리그 막판부터 목디스크에 시달린 양효진은 챔프전이 열리기 직전까지 재활에 매달렸다. 챔프전 첫 경기 1세트를 내준 현대건설은 2세트부터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23)의 자리를 서로 바꾸는 모험을 걸기도 했다. 양효진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한 번도 서 본 적이 없던 자리여서 당황했는데 다현이가 상대 팀 장신 선수들 앞에서 잘해 줬다”고 말했다.
절친한 선배인 김연경(36·흥국생명)과의 챔프전 첫 맞대결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양효진은 “연경 언니는 공격도 잘하지만 수비도 어찌나 잘하던지 정말 대단하더라. 그동안 국가대표팀에서 함께 뛰면서 언니와 같은 편 코트에 서 있었다는 게 나한테는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18년째인 양효진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김연경을 두고 지금도 스스럼없이 ‘롤모델’이라고 말한다. 양효진과 김연경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최종 후보에 함께 올라 있다. 양효진은 “아무래도 연경 언니가 MVP를 받을 것 같다”고 했다.
V리그 남녀부 통산 득점 1위(7574점), 블로킹 득점 1위(1560점)인 양효진에게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묻자 “그런 건 없다”고 했다. 양효진은 “나도 한때는 목표를 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정말 많이 매달렸다”며 “그런데 2015∼2016시즌에 ‘챔프전 MVP’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니까 공허함이 밀려오더라. 배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로는 하루하루 내가 할 일만 생각하고 내 앞에 놓여 있는 것만 본다”며 “아직도 배구 실력이 조금씩 는다. 내가 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한 시즌을 끝낸 양효진은 8일 열리는 V리그 정규리그 시상식 이후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어디로 가는지를 묻자 양효진은 “내가 한 번에 두 가지 생각을 못 한다. 시즌 중에는 배구만 생각해서 다른 건 아무것도 못 한다. 이제부터 여행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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