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와 현역 연장의 갈림길에 섰던 김연경(36·흥국생명)이 “팬들에게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한 번 더 보여드리겠다”며 다시 우승 도전에 나서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김연경은 8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3-24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뒤 “다음 시즌에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005-06시즌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김연경은 커리어 초반 V리그에서 3차례 우승(2005-06, 2006-07, 2008-09시즌)을 일구는 등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이후 그는 해외 무대에 진출해 트로피를 쓸어 담았다.
하지만 선수 커리어 막바지인 2020년 국내 무대로 돌아온 뒤에는 정상의 문턱에서 매번 주저앉았다. 특히 지난 두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고도 준우승에 그쳤다. 은퇴 전 마지막으로 V리그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냈던 김연경으로선 아쉽고 허탈한 성과다.
현역 연장과 은퇴를 놓고 고심했던 그는 이날 시상식에서 ‘시원하게’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발표했다.
김연경은 MVP 기자회견에서 “시즌 중반부터 어느 정도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구단 관계자, 감독님, 가족,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고민을 나눈 끝에 올해 개인 성적도 나쁘지 않은 만큼 현역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기에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도전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부담이 되더라도 그걸 이겨내고 우승해야 한다”면서 “내 배구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최정상에 있는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일단 현역 연장 의지를 밝혔지만 다음 시즌이 마지막이 될지 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승엽 등 프로야구 선수들은 아예 ‘은퇴 시즌’으로 못 박고 마지막 시즌에 임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이를 전해듣고는 “만약 다음 시즌이 마지막이 된다면 미리 밝히고 시즌을 치를 것이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는데, 다 같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한편 김연경은 이번 MVP 수상으로 통산 6번째 수상, V리그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아울러 V리그서 일곱 시즌을 뛰면서 6차례 최고의 별이 됐다.
김연경은 “6번째 수상인지는 몰랐다. 어릴 때 수상한 MVP와 비교해, 이번에 받은 현역으로 은퇴를 앞둔 나이에도 최정상에 있다는 점에서 더 감사하다”면서 “한 시즌 더 하게 된 만큼 내년에는 7번째 수상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를 앞둔 시점의 선수가 MVP를 목표로 뛰는 건 맞지 않은 이야기 같다. 다음 시즌에는 더 많은 경쟁자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나도 경쟁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상에서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그렸던 그림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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