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타자 홈런 힘든 구장서 작렬
홈팬 환호속 웅장한 뱃고동 소리
8회말엔 승리 굳히는 2루타까지
11경기 연속안타, 한국인 신기록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매코비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뚫고 오라클파크 첫 홈런을 날렸다. 11경기 연속 안타를 친 이정후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대 한국 선수 데뷔 시즌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정후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MLB 안방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0-1로 뒤진 1회말 상대 선발투수 잭 갤런의 높은 패스트볼(시속 150km)을 당겨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58km, 비거리는 111m였다.
갤런은 애리조나를 대표하는 오른손 에이스다. 지난해 17승 9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하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올해도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 중이었다. 이정후는 처음 만난 갤런을 상대로 2구째 만에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MLB 데뷔 홈런을 친 이후 21일 만이었다.
MLB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 중 하나로 꼽히는 오라클파크는 왼손 타자가 홈런을 치기 힘든 구장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오른쪽 파울라인 담장까지 거리가 94m로 왼쪽 담장(103m)에 비해 짧지만 대신 펜스 높이가 8m에 이른다. 왼쪽 펜스 높이는 2.4m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매코비만에서 야구장 쪽으로 부는 바닷바람 때문에 타구가 멀리 뻗지 않는다. 당겨 치는 타구가 많은 왼손 타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왼손 타자 이정후가 시즌 개막을 앞둔 2월 스프링캠프 때 “오라클파크에서 홈런을 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정확한 타격으로 2루타 등 장타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안방 팬들 앞에서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정후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샌프란시스코 타자가 홈런을 치면 울리는 웅장한 뱃고동 소리가 구장에 퍼졌다.
이정후는 5-3으로 앞선 8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팀 구원투수 미겔 카스트로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 쳐 3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1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맷 채프먼의 안타 때 3루를 밟은 이정후는 마이클 컨포토의 우전 안타 때 홈으로 들어와 이날 2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8일 샌디에이고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2015년 피츠버그 강정호(은퇴), 2016년 볼티모어 김현수(현 LG)의 10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선 한국 선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최다 기록이다. 이달 초 타율이 0.200까지 떨어졌던 이정후는 최근 세 경기 연속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로 시즌 타율을 0.289(83타수 24안타)로 끌어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16개의 안타를 날리며 7-3으로 승리했다. 6번 타자 포수 패트릭 베일리는 ‘스플래시 히트’(우익수 뒤 관중석을 지나 매코비만에 떨어지는 홈런)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은 이날 토론토와의 안방경기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5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샌디에이고는 2-5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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