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다. 운이 정말 좋았다. 공을 멀리 치려고 해도 홈런이 나오지 않는데 좋은 흐름이 왔다.”
통산 홈런 1개만 기록한 황성빈(27)이 하루에만 홈런 3개를 터뜨리자, 김태형(57)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껄껄 웃었다.
황성빈은 지난 21일 KT 위즈와 더블헤더에서 홈런 3개를 몰아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1차전에서는 1회 1점, 5회 1점 홈런을 때려 9-9 무승부에 일조했고, 이어진 2차전에서는 5회 2점 홈런을 터뜨려 7-5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사령탑의 농담 섞인 발언을 들은 황성빈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 역시 “상상도 못 한 일”이라며 “경기를 마치고 집에 가는데 세상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된 세 번째 홈런이 가장 짜릿했다”고 밝혔다.
잊지 못할 최고의 하루를 보낸 것이 그저 운 때문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최근 황성빈의 타격감은 아주 좋다.
18일 LG 트윈스전부터 주전 기회를 얻은 황성빈은 4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를 치며 타율 0.529(17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타점과 득점도 7개씩을 올리는 등 영양가 높은 활약을 펼쳐 롯데의 4경기 무패(3승1무) 반등을 이끌었다.
황성빈은 최근 좋은 타격감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김태형 감독과 임훈 타격코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먼저 배트 그립을 쥐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해주셔서 바꿨다. 그리고 임훈 코치님도 방향성을 제시하며 많은 시간을 들여 함께 훈련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황성빈은 들뜨지 않으려 했다. 그는 “이제 다 지난 경기들이다. 거기에 취하면 안 된다.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팀 분위기가 좋아졌는데 이 기운이 오래 갈 수 있도록 내가 맡은 역할을 잘해야 한다”고 했다.
대단한 활약과는 별개로, 황성빈은 비매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5회초 안타로 출루한 뒤 1루에서 상대 선발 투수 양현종을 바라보며 2루 도루를 시도하려는 동작을 여러 차례 취했다. 황성빈의 제스처에 양현종은 불쾌함을 내비쳤다.
18일 LG전에서는 상대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와 신경전을 벌였고, 이것이 발단돼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와 벤치 클리어링까지 발생했다.
다른 팀 팬이 황성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기도 한데, 김 감독은 황성빈을 감쌌다.
김 감독은 “사람들이 황성빈을 가리켜 밉상이라고 말하지만 (1·2군을 오가는 백업 선수인) 황성빈은 매 타석이 간절할 것이다. 한 타석 결과에 따라 2군에 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게 절실함을 가지고 집중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간혹 평범하지 않은 모습도 보이는데 그만큼 뒤에서 기다리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전했다.
황성빈 역시 자신을 둘러싼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놓으면서 롯데 팬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최근 날 비판하는 기사에 자극적인 단어가 들어있었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럴 때마다 팬들이 ‘잘하고 있다’ ‘하고 싶은 대로 해’ ‘눈치 보지 말아’ 등 메시지를 남겨주셨다. 당시 나에게 그런 말이 필요했는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황성빈은 21일 더블헤더를 마친 뒤 앞으로 오해를 자초하지 않도록 행동을 조심하겠다고 각오를 전하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끝까지 야구장에 남아 자신을 응원하던 롯데 팬들을 보면서 울컥했다고.
그는 “원래 그렇게 많은 분이 자리에 남아 계시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많은 분이 나를 응원해주셔서 감사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그 감사함을 전달하고 싶었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