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즌째 올스타 투표 번갈아 1위
챔프결정전 우승 경험은 아직 없어
허웅의 KCC, 5위팀 최초 우승 노려
KT 허훈은 데뷔후 첫 챔프전 무대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허웅(31·KCC)은 동생 허훈(29·KT)과 우승 트로피를 놓고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3위 KT와 5위 KCC는 27일부터 7전 4승제로 챔피언결정전을 벌인다. KT는 창단 첫 우승에, KCC는 정규리그 5위 팀 첫 우승에 도전한다. 두 팀의 정규리그 맞대결 결과는 3승 3패 동률이었다.
‘농구 대통령’ 허재의 아들인 두 선수는 이번 시즌 올스타전 팬 투표 1위(허웅), 2위(허훈)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리그 최고 인기 스타다. 최근 다섯 시즌 모두 올스타전 팬 투표 1위는 허웅 아니면 허훈이었다. 그러나 프로농구 원년인 1997시즌과 2002∼2003시즌 두 차례에 걸쳐 우승한 아버지와 달리 형제는 아직 프로에서 우승한 적이 없다.
허웅은 동부(현 DB) 신인 선수였던 2014∼2015시즌 준우승 이후 9년 만에, 허훈은 2017∼2018시즌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챔프전 무대를 밟는다. 두 선수가 챔프전에서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형제가 챔프전에서 맞대결을 벌이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이전에는 문태종(49·LG), 문태영(46·모비스) 형제가 2013∼2014시즌 챔프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모비스가 4승 2패로 승리를 거두면서 동생 문태영이 형을 이겼다. 문태영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올스타전 때는 형제가 함께 웃을 수 있지만 챔프전 때는 한 명만 웃을 수 있다. 허웅은 25일 서울 강남구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KCC 대표 선수로 참석해 “동생 못지않게 우리도 (챔프전까지) 힘들게 올라온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절실하게 임하겠다. (안방인) 부산에서 치르는 4차전이나 6차전에서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5위 팀이 챔프전에 오른 것도 올 시즌 KCC가 처음이다.
현재 KCC 안방인 부산 사직체육관은 허훈의 팀 KT가 2020∼2021시즌까지 안방으로 썼던 곳이다. 허훈은 “부산에서 야유를 좀 받을 것 같은데 그 또한 즐겨야 한다”며 “형과 일대일로 맞붙어도 그저 상대 선수일 뿐이라고 생각하겠다. 한 번도 지기 싫다. 4전 전승으로 이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사직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챔프전이 열리는 건 2006∼2007시즌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에는 KT 전신인 KTF가 모비스에 3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17년 만에 KT를 챔프전 무대로 이끈 송영진 감독이 당시 KTF 선수였다. 전창진 KCC 감독도 2009∼2010시즌부터 5년 동안 KT 사령탑으로 송 감독과 같은 팀에 몸담았던 인연이 있다. KT 안방인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프로농구 챔프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KCC가 승리하면 부산 연고 프로 스포츠 팀으로는 1997년 프로축구 대우(현 부산) 이후 2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KT가 우승하면 수원은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 현대건설에 이어 같은 시즌에 우승 팀을 연달아 배출하는 기록을 남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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