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인도네시아에 발목을 잡혀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했다. 연장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10-11로 무릎을 꿇었다.
최소 4강에 들어야 파리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었던 한국 축구는 이날 패배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연속 올림픽 진출(9회) 기록이 멈춰 섰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건 1984년 LA올림픽 이후 40년 만이다.
A대표팀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100계단이 넘게 차이 나는 인도네시아(134위)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날 전까지 한국은 U-23 팀간의 맞대결에서도 인도네시아에 5전 전승 100%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상대적 우위가 무색하게 한국은 이날 인도네시아에 끌려 다녔다. 전반에만 슈팅 1개에 그치며 1-2로 리드를 내줬다. 위기에 몰린 한국은 후반 39분 정상빈의 2-2 동점골로 어렵사리 균형을 맞췄다. 이어진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양 팀 12번 키커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이강희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히면서 승리에서 멀어졌다. K리그1 수원FC에서 뛰는 12번 키커 아르한이 골을 넣으면서 승부가 멀어졌다.
아쉬운 대목도 여럿 있었다. 조별리그에서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3골을 넣었던 이영준이 후반 25분 상대 수비수 발목을 밟는 불필요한 파울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후반 추가시간 황선홍 감독도 항의로 퇴장 당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도 골문 앞에서 수비수들이 호흡 미스를 보이며 손쉽게 상대에게 추가골을 헌납했다.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도전했던 한국은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해외파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셀틱),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주요 선수들이 소속팀의 반대로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지난달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앞두고 공석이 된 A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황 감독이 임시로 맡기도 했다. 정작 중요한 시기에 팀을 돌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은 지도자 커리어에 빛나는 승리를 장식하게 됐다. 인도네시아는 U-23 아시안컵 첫 출전 만에 8강 진출에 이어 4강까지 들며 이미 역대 최고 성적을 예약했다.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다. 4위를 하더라도 아프리카 기니와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다. 앞서 인도네시아축구협회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신태용 감독과 2027년까지 재계약하겠다는 뜻을 알리며 감독의 어깨에 힘을 실어줬다.
한편 축구까지 올림픽 본선 문턱에서 미끄러지면서 파리올림픽 한국 선수단은 200명 이내로 꾸려질 전망이다. 역대 여름 올림픽에서 한국이 200명보다 적게 선수단을 꾸린 건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 한국은 2021년 도쿄 대회 때 232명,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204명, 2012년 런던 대회 때 248명을 각각 파견했다.
여자 핸드볼을 제외하곤 나머지 단체 구기 종목에서 줄줄이 올림픽 티켓을 놓친 여파다. 파리 올림픽 전망이 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대한체육회는 앞서 파리 대회 한국 선수단의 목표를 금메달 5,6개로 내걸었다. 런던 대회 당시 13개였던 한국의 금메달 수는 리우 대회 9개, 도쿄 대회 6개로 점점 뒷걸음질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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