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도시가스 트레일온런 부산’
3개 코스서 비포장길 걷고 달려… 황형민, 20km 남자부 2연속 우승
GOP근무 최선아 하사, 여자부 톱… 수익금 전액 자폐인사랑협회 기부
“서울-대전-부산까지 대회 코스가 정말 좋았다. 누가 만드시는지 진짜 감사하다. 내년에는 광주에서 열린다고 들었는데 코스가 벌써 기대된다.”
부산 해운대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장산 일대에서 27일 열린 ‘도시가스 트레일온런 부산’ 대회 20km 남자부 우승자 황형민 씨(36)의 말이다. 트레일온런은 들과 산, 사막 등 비포장길을 걷거나 뛰는 대회다. 황 씨는 서울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 일대를 달린 2022년 대회 때 트레일온런에 입문했다. 그리고 이날 2시간14분19초에 20km를 완주하며 대전 보훈둘레길에서 열린 지난해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와 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는 대천공원에서 출발해 원각사∼장산 정상∼동백섬을 돌아 다시 대천공원으로 골인하는 20km, 장산까지만 도는 10km 그리고 나눔 걷기(5km) 등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열렸다. 총 1500여 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은 “오르막이 힘들기는 했지만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보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트레일온런에서는 누적 고도가 500m 이상이면 ‘수준급 코스’로 평가받는다. 올해 대회 20km 부문은 누적 고도 1082m, 10km 부문은 603m에 달했다.
20km 여자부 우승은 최선아 육군 하사(22)에게 돌아갔다. 강원 인제군에 있는 최전방 경계부대(GOP)에서 복무 중인 최 하사는 GOP 투입 후 첫 휴가를 얻어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최 하사는 “부대에서 산악 구보를 많이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웃으면서 “GOP에는 마땅히 뛸 곳도 없고 러닝머신도 한 대뿐이다. 그래서 휴가 나왔을 때 최대한 많이 달려야 한다. ‘뛸 수 있는 건 여기가 마지막이다. 원 없이 뛰자’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10km 여자부 1위 김슬기 씨(28)는 “올해 동아마라톤(서울)에서 10km를 처음 뛰어봤다. 고향인 부산에서 대회가 열린다고 해 엄마, 사촌언니와 함께 참가했다. 장산은 처음 와봤다. 뛰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예쁘더라. 다음에 여유롭게 다시 와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도시가스협회는 이번 대회 수익금 전액을 한국자폐인사랑협회에 기부한다. 한국자폐인사랑협회 소속 자폐인과 부모 50여 명도 이날 건강달리기를 함께 했다. 두 자녀, 남편과 5km를 달린 권민정 한국자폐인사랑협회 부산지부장은 “다 함께 속도를 맞추는 게 어렵긴 했지만 ‘이 정도 산은 다닐 수 있겠구나’ 자신감도 얻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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