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발차기, 국민들 눈에 담아드릴게요”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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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만의 남자 태권도 金 도전 박태준
상대 따라 발 위치 바꾸는 ‘스위치’ 변신
6전 7기로 선배 장준 꺾고 파리行 티켓
6월부터 친동생 파트너 삼아 실전 대비

태권도 남자 58kg급 국가대표 박태준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발차기하는 모습을 후막동조 기법으로 촬영했다. 박태준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이 체급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태권도 남자 58kg급 국가대표 박태준이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발차기하는 모습을 후막동조 기법으로 촬영했다. 박태준은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이 체급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진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금메달 따는 모습, 국민들 눈에 담아드리겠다.”

태권도 남자 58kg급 국가대표 박태준(20)의 말이다. 박태준은 7월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태권도 선수 중 가장 먼저(8월 7일)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최근 만난 박태준은 “개인적으로 정말 치열하고 힘들게 싸워 올림픽 출전권을 가져왔다. 꿈같은 기회를 잡은 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올해 2월 1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3전 2승제)에서 대표팀 선배 장준(24)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장준은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며 이 체급 최강자로 군림했던 선수다. 박태준도 6전 7기 끝에야 장준을 꺾었다.

박태준은 “태권도를 하며 누구에게도 두 번 이상 진 적이 없다. 그런데 준이 형한테만 여섯 번을 졌다. 세 번째 패배부터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더라. 선발전을 앞두고 기본 자세를 아예 반대로 바꾸는 등 스타일을 바꿔 상대했다. 이 점이 잘 먹혀든 것 같다”고 했다.

박태준은 원래 왼발을 앞에 두고 경기를 치르는 선수였다. 그러나 장준을 넘기 위해 양발을 번갈아 앞에 두는 스타일로 바꿨다. 야구로 치면 오른손 타자에서 스위치 타자로 변신한 것이다. 박태준은 “양발을 모두 능수능란하게 쓰면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옵션이 다양해진다. 파리에서도 상대 머릿속을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태권도 ‘종주국’ 한국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메달은 이제 쉽지 않은 꿈이다. 한국 태권도는 3년 전 도쿄 올림픽 때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노 골드’에 그친 건 정식 종목 채택(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남자부는 사정이 더 안 좋다. 한국 남자 태권도는 2012년 런던 대회부터 금맥이 끊긴 상태다. 결승 진출도 런던 대회 때 58kg급에서 은메달을 딴 ‘월드 스타’ 이대훈(32)이 마지막이다.

박태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대훈과 함께 찍은 사진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이대훈 바라기’다. 이대훈의 후배가 되고 싶어 고등학교도 서울 한성고를 선택했다. 고교 시절 이대훈과 친분을 맺은 박태준은 이후 ‘형이 필요한 순간’마다 이대훈을 찾고 있다. 그리고 ‘동생의 도움을 받아’ 올림픽 금메달을 준비한다. 54kg급 국가대표 2진인 친동생 박민규(17)가 6월부터 진천선수촌에 들어와 박태준의 훈련 파트너를 맡을 예정이다.

박태준은 “동생이 ‘올림픽 실전 무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대 봐주지 않겠다. 금메달을 따게 되면 나한테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중학교(서울 사당중) 때 선생님이 ‘힘들면 금메달 따는 상상을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요즘은 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상상을 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훈련하며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계속해 “태권도가 옛날보다 재미없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아프다. 많은 관심이 쏠리는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려주고 싶다. 뒤돌려차기(5점)처럼 재미있게 보이는 기술을 구사하려면 그만큼 상대를 압도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 기술을 더 다듬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남자#태권도#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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