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축구 주심 김유정씨
“올림픽 뛰게 돼 기쁘고 얼떨떨
FIFA, 성장하는 모습 좋게 봐줘”
현재 男축구 K3리그서 주심 활약… 전주서 초등교 여자선수 지도도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 4번 출전했지만 올림픽 무대를 밟은 적은 아직 없다. 9회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에 나갔던 남자 대표팀도 7월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대회 출전 티켓은 따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한국 축구인이 이번 올림픽 그라운드를 아예 밟지 못하는 건 아니다. 김유정 심판(35·사진)이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발표한 주심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한국 심판이 올림픽 축구에서 주심을 맡는 건 2012년 런던 대회 때 홍은아 심판 이후 12년 만이다.
전북 전주시에 있는 집 근처에서 최근 만난 김 심판은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때는 6경기 모두 대기심이었다. 파리 올림픽 때도 경험이 많은 동료들에게 주심 자리가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언젠가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다. 그 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심판을 보고 있다.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FIFA 등에서 좋게 봐주셔서 더 성장하라고 큰 기회를 주는 것 같다”며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다 보니 그라운드 위에서 ‘아, 내가 뛰면 이리로 가겠구나, 저리로 패스를 하겠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 덕에 선수들보다 한두 걸음 앞서 뛰는 장점이 있다. 그 점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고 했다.
김 심판은 15세 이하, 17세 이하 대표팀에 연이어 뽑힐 정도로 유망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포항여자전자고 2학년 때 쇄골 뼈가 부러지면서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다. 이후 위덕대 2학년 때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큰 부상을 입었다. 김 심판은 “그 전까지는 한 번도 큰 부상이 없었다. 쇄골 뼈가 다 붙어서 복귀했는데 얼마 뒤 같은 곳이 또 부러졌다. 이후에는 새끼발가락이 부러지더니 이듬해 같은 날에 같은 곳이 또 부러지더라. 무릎 연골마저 파열돼 결국 유니폼을 벗게 됐다”고 말했다.
선수 생활을 접은 뒤에는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라운드가 자꾸만 김 심판을 불렀다. 김 심판은 “선수를 그만둔 지 6개월 만에 ‘다시 축구 하고 싶다’고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엄마가 ‘학교에서 전화만 오면 네가 또 다쳤을까 봐 심장이 덜컹거렸다’고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선수 꿈은 포기했다”며 “‘선수가 아니어도 축구장에서 계속 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심판이 떠올랐다”고 했다
동호인 리그부터 경기 진행 경험을 쌓기 시작한 김 심판은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를 거쳐 현재 남자 축구 세미프로 최상위 무대인 K3리그에서 주심을 맡고 있다. 그는 “심판을 보면서도 축구 선수를 포기한 게 마음 한편에 후회로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런데 K4리그에서 주심을 맡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심판을 하기 때문에 남자 축구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라며 “선수와 코칭 스태프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심판이 되는 게 꿈이다. 남자 프로축구는 물론이고 월드컵까지 계속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 심판은 자신의 파리 올림픽 경험이 한국 여자 축구에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심판을 보지 않는 날에는 전주에서 초등학교 여자 선수 등을 지도하고 있다. 이 선수들이 올림픽을 꿈꿀 수 있도록 파리에 다녀오면 현장 경험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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