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韓축구는 어쩌다 아시아의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나

  • 뉴시스
  • 입력 2024년 5월 12일 0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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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4강 탈락 이어 올림픽 10회 연속 출전 불발
일본뿐 아니라 '약체' 동남아 팀들도 해볼 만하단 인식
전문가 "모두가 2002년 때처럼 절실하게 다가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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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당시 4강까지 진출하며 아시아 맹호의 위용을 떨쳤던 한국 축구가 이제는 주변국들의 견제도 받지 않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근 “오는 7월 개막하는 파리올림픽에 한국 구기종목은 잇따라 출전을 놓쳤다. 아시아 맹주를 자랑해 온 남자 축구도 탈락해, 파리로 보내는 선수단의 숫자가 약 50년 만에 200명을 밑돈다. 스포츠 강국을 쌓은 기존 선수 육성 시스템이 기로에 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라이벌로 평가받았던 일본만의 지적이 아니다.

약체로 분류됐던 동남아, 중국 등에서도 한국을 해볼 만한 팀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당시 인도네시아의 동남아 라이벌인 베트남 측은 신태용호의 활약 여부를 주목했다. 베트남 매체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을 넘어 올림픽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황선홍호는 신태용호에 패배하면서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앞서 지난 2월에는 같은 장소인 카타르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에서 형들로 구성된 A대표팀이 4강에서 ‘약체’ 요르단에 패배하며 충격적인 탈락을 경험해야 했다.

한국 축구가 급격하게 무너진 데는 정몽규 회장을 중심으로 한 대한축구협회의 후진적 운영 때문이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정몽규 아웃’을 외치는 팬들은 물론, 최근 한국축구지도자협회도 “축구 지도자들은 지금의 한국 축구가 유례없는 대위기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처럼 반복되는 참사의 근본적 원인에는 대한축구협회 회장 및 집행부의 졸속 행정과 오로지 위기만 모면하려는 단기 처방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 발전 계획은 무시한 채 오직 대표팀 성적에만 급급한 결과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져야 할 책임을 몇몇 지도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축구협회의 무책임한 태도를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한때 세계 축구 4위까지 기록했던 한국 축구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세와 제대로 된 조직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12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제 버려야 한다. 강팀이라는 자부심까지 놓을 필요는 없으나, 특정 상대들에 비해 우리가 기본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세계 축구는 (과거와 달리) 전술적, 정보적 간극이 존재하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방송, 뉴미디어 등을 통해 어느 곳의 누구라도 선진 축구를 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위원은 “따라서 저변과 선수층, 몸값이 비싼 선수 보유 여부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항전에서 팀 대 팀으로 붙었을 때 강팀과 약팀의 경계는 모호해지는 시대”라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축구 트렌드를 보면 전통적인 강호였던 남미, 유럽 등과 비등한 경기력을 펼치는 ‘복병’ 국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축구 변방으로 평가받았던 동남아 팀들이 중동 강호들과도 비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한 위원은 “약간의 선수 수준 차이는 제대로 된 조직과 좋은 전술 그리고 선수들의 투쟁심 등이 잘 조합될 경우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협회, 감독, 선수들의 융화를 강조했다.

또 “그래서 우리가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영원한 호랑이’라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현재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많고, 월드컵과 올림픽 등에 계속 나갔다고 자만하는 태도가 축구의 하락세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었다.

마침 한국은 첫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는 상황을 맞았다. 아시안컵 당시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의 후임을 찾는 중이다.

한 위원은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모셔 올 때만큼의 절실함과 정신자세를 되찾아야 한다. 당시 우리는 월드컵 개최국이었지만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팀이기에 모든 것이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며 “협회, 지도자, 선수 그리고 언론인들까지 모두가 태도를 겸허히 하며 절실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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