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거로서 첫 시즌을 보내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부상 날벼락을 맞았다. 펜스와 강하게 충돌하면서 어깨 탈구 진단을 받았는데 장기간 결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MLB)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1회초 수비 도중 어깨를 크게 다쳤다.
지난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왼발 타박상을 입은 이정후는 4경기 만에 출전했는데, 만루 위기에서 실점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비한 것이 부상으로 이어졌다.
이정후는 1회초 2사 만루에서 제이머 칸데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잡기 위해 뛰어올랐다가 펜스와 강하게 부딪혀 쓰러졌다.
어깨를 부여잡고 통증을 호소한 이정후는 계속 경기를 뛰기 힘들었고 결국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됐다. 트레이너가 이정후를 부축하면서 그의 왼팔이 움직이지 않도록 꽉 붙잡던 모습에서 정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구단은 먼저 이정후의 교체 사유에 대해 왼쪽 어깨 염좌라고 설명했지만, 경기 후 밥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어깨 탈구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보다 정확한 어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지시간으로 13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재활 방법과 기간 등이 결정될 전망이다.
어깨 탈구 부상의 경우 장기 결장이 불가피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수술대에 오를 여지도 있다.
이정후가 어깨를 크게 다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뛰던 2018년 6월 19일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서 2루타를 때린 뒤 3루에 슬라이딩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쳤다. 병원 정밀 검사 결과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 진단을 받았고,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그해 10월 20일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9회말 수비 도중 타구를 잡으려다 다시 왼쪽 어깨를 다쳤다. 결국 이정후는 남은 가을야구 경기를 못 뛰었고, 왼쪽 어깨 전하방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정후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처음이다. 이날 신시내티전 이전까지 총 5경기를 빠졌지만 왼발 타박상, 휴식 차원이었다.
순조롭던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도전에 첫 악재가 찾아왔다. 그는 지난해 말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화려하게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주전 1번 타자 중견수로 자리 잡은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을 기록하는 등 뛰어난 타격과 준수한 수비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정규리그 개막 후에도 데뷔전에서 안타와 타점을 때리고, 3경기 만에 홈런을 쏘아 올리며 빠르게 빅리그 무대에 적응해 갔다.
한때 타율이 0.200까지 하락했지만 차곡차곡 안타를 생산하며 0.262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정확한 타격과 선구안이 좋은 그는 헛스윙과 삼진 비율이 낮아 호평받기도 했다.
하지만 불의의 어깨 부상으로 이정후는 개막 두 달 만에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점차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부상이 더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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