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축구 추락 방관하더니 AFC 집행위원 선거 총력
단독 입후보해 당선 유력…오늘 방콕 총회서 결론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4선 연임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빗발치는 사퇴 여론에도 반응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6일 태국 방콕에서 ‘제34회 총회’를 열고 AFC 집행위원을 선출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공석이 된 중앙아시아 여성 집행위원과 동아시아 남자 집행위원 두 자리를 뽑는데, 미고나 마흐마디리에바(타지키스탄)와 정 회장이 각각 단독 입후보했다.
집행위원회는 AFC 최고 의결 기구다.
AFC 회장 1명과 부회장 5명,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의원 6명(여성 1인은 집행위원 겸직), 집행위원 18명까지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2월 제33회 AFC 총회에서 치른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지난 6월 AFC 회장 직권으로 AFC 준집행위원 자격을 얻었다.
그러다 이번에 정식으로 출마했는데, 단독 입후보한 상황이라 당선이 유력하다.
지난 14일 총회가 열리는 방콕으로 출국한 정 회장은 15일 준집행위원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이 당선된다면, 한국 축구의 국제 축구 외교 무대 복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축구 추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돼온 그가 축구계에서 계속 영향력을 발휘하려 한다는 것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2023 AFC 아시안컵에서 4강에 올랐으나, 요르단에 0-2로 완패해 큰 실망감을 안겼다.
또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재임 내내 잦은 외유 등 불성실한 태도로 비난을 받다가 경질돼 떠나고, 아시안컵 기간 대표팀 선수들끼리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더 악화했다.
여기에 황선홍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2024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탈락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도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의 후임을 찾지 못해 A대표팀을 임시로 맡아 ‘투잡’을 뛴 황선홍이라는 한국 축구의 자산까지 잃었다.
더욱이 이달 중에는 선임할 거라 장담했던 대표팀 사령탑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1순위로 거론됐던 제시 마쉬 전 리즈 유나이티드 감독은 캐나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내달 예정된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또 다시 임시 사령탑을 앉혀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 축구의 거듭된 추락에도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을 발표할 당시 한 번 고개를 숙인 뒤 다시 모습을 감췄다. 사퇴 여론이 들끓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AFC 집행위원 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정 회장의 이번 선거는 협회장 4선 연임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의 세 번째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체육단체장은 3연임부터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를 통과해야 도전이 가능한데, 단체장이 국제단체 임원 자리에 오르면 심의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을 발표 때 4선 도전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던 정 회장은 “2018년도 총회 때 회장 임기를 3선까지 제한하도록 정관을 바꾸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승인을 안 했는데 그걸로 대답을 대신하겠다”며 애매모호한 답을 내놓았다.
한국 축구가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은 뒤로한 채 자리에만 연연하는 듯한 정 회장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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