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 송무경(16)은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동아일보사·스포츠동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주최) 7일째 상동고와 32강전 8회말 대타(9번타자)로 출전해 팀의 승리를 이끄는 ‘대형사고’를 쳤다.
8회말 첫 타석에서 사구로 출루한 송무경은 4-7로 뒤진 9회말 2사 1·3루에서 이날 2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자신의 타석 결과에 따라 팀이 대회를 조기에 마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겁 없는 2008년생 1학년은 망설임 없이 힘차게 배트를 휘둘렀다.
송무경은 상동고 투수 문석준의 초구(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겼다. 타구는 높은 발사각을 그리며 외야 왼쪽 담장으로 향했고, 좌익수는 타구를 따라가다가 이내 멈췄다. 동점 3점포. 팀을 패배의 위기에서 건져낸 강력한 한방이었다.
7-7 동점을 이룬 경기고는 후속타자들의 안타와 상대 수비실책을 묶어 9회말 곧장 8-7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9회말 극적인 동점 3점홈런을 날린 송무경은 단연 이날 경기의 히어로였다.
송무경은 경기 후 “아직도 얼떨떨하다. 9번타자여서 초구에 직구가 올 것 같았다. 강하게 (배트를) 돌려보자는 생각으로 스윙했는데, 운 좋게 공이 담장을 넘어갔다”고 밝혔다. 이어“8회부터 (코치님께서) 스윙을 하라고 하셔서 그 때부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9회말에는 정말 ‘1학년이니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배트를 돌렸다”고 덧붙였다.
송무경에게는 이번 황금사자기가 고교 입학 후 처음으로 치르는 전국대회다. 이날 8회말 대타 출전으로 황금사자기 데뷔전을 치렀는데, 전국대회 데뷔전에서 첫 홈런까지 신고하는 기쁨을 맛봤다. 그는 “중학교 때도 홈런은 못 쳐봤다. 이번 홈런이 내 전국대회 첫 홈런인데, 형들이 고맙게도 공까지 챙겨줬다. 이렇게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도 처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거포 3루수를 꿈꾸는 송무경의 롤모델은 한화 이글스 노시환이다. 그는 “노시환 선수는 거포인 데다 3루 수비도 정말 안정적으로 잘해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청난 한방을 쏘아 올렸지만, 1학년인 송무경은 여전히 ‘백업’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믿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 중요한 순간마다 대타로 안타를 쳐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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