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버햄튼 간판 골잡이로 EPL 12골 3도움 '커리어 하이'
EPL 통산 20호골로 박지성 넘어 한국 선수 최다골 2위
"한국 축구 혼란스럽고 어수선하지만, 선수로서 최선"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뛰는 축구 국가대표 골잡이 황희찬(28)이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전 득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황희찬은 2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입국장엔 50여 명의 팬들이 황희찬을 반겼다. 일부 팬들은 황희찬의 등번호와 이름이 적힌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고 환호했다.
황희찬은 취재진과 만나 “많은 팬이 찾아와서 축하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항상 이렇게 응원받는다는 것이 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2023~2024시즌 리그에서 12골(3도움)을 올린 황희찬은 EPL 데뷔 3시즌 만에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기량이 만개했다.
분데스리가 시절까지 포함해 황희찬의 개인 빅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이다. 리그컵 득점까지 포함하면, 공식전 13골 3도움이다.
황희찬은 “EPL에서 12골을 넣었는데,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시즌을 통해 더 자신감을 얻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얻었다”고 했다.
이번 시즌 리그 12골을 기록한 황희찬은 EPL 통산 20번째 골을 터트려 통산 19골을 기록하고 있던 박지성 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를 넘어 한국인 EPL 최다 득점 단독 2위에 올랐다.
황희찬은 “너무 영광스럽다. 박지성 선배는 제가 EPL을 꿈꾸게 해주신 분이고, 축구 선수로서 국가대표 꿈을 키워주신 분인데, 그런 분의 기록을 넘을 수 있어 너무 기쁘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박지성 선배님이 얼마나 힘드신 길을 가셨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너무너무 존경하는 분이고 또 감사드린다. 시즌이 끝나고 수고했다는 연락도 주셨다”고 덧붙였다.
황희찬은 올해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출전과 후반기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주춤했다. 온전히 소속팀에만 집중했다면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거란 아쉬움도 남는다.
그는 “좋았던 흐름에서 아시안컵으로 이탈한 게 아쉬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시안컵은 너무 소중한 대회였다”며 “(손)흥민이 형하고 지난해 12월까지 EPL 득점 상위권에 들면서 더 잘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흥민이 형이 저에겐 큰 동기부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리그에서 3골을 넣고 돌아왔을 때 선수로서 너무 부끄러웠다. 공격수로서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들어갈 때 다치지 말고 최대한 많이 뛰려 했다. 실제로 부상도 딱 한 번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좋은 경기력이 나왔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황희찬은 이번 시즌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부터 ‘코리안 가이’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다.
2023~2024시즌 EPL 7라운드 울버햄튼전을 앞두고 황희찬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코리안 가이’라고 황희찬을 언급한 것이다.
황희찬은 다음 날 맨시티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울버햄튼의 2-1 승리를 이끌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코리안 가이’에 당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후 ‘황희찬’이란 이름을 정확히 말하며 높이 평가했다.
당시를 떠올린 황희찬은 “과르디올라 감독과 클롭 리버풀 감독 등 상대 팀 감독들이 경기 전에 언급해 주실 때마다 자랑스러웠고, 더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5일 맨시티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또 골 맛을 봤던 황희찬은 경기 후 라이프치히(독일) 시절 동료였던 맨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과 귓속말을 나눠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황희찬은 “비밀 대화라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웃으며 “축구 얘기도 하고 사적인 얘기도 나눴다. 또 최근엔 우승 축하한다는 메시지도 보냈다”고 했다.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아시안컵 요르단과 준결승전 패배를 꼽은 황희찬은 “좋았던 경기가 80~90% 될 정도로 많았다. 그중에서 맨시티와 홈경기에서 제가 골을 넣어 승리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 등 유럽파가 맹활약했지만,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40년 만의 올림픽 본선 좌절 등으로 최악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
황희찬은 “올림픽에 못 나간 건 너무 가슴 아팠다. 같이 뛸 순 없었지만, 함께하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실패를 통해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6월 싱가포르(6일), 중국(11일)과의 북중미월드컵 2차예선을 앞두고 임시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도훈 전 울산 HD 감독에는 “청소년 대표팀 때 같이해서 잘 알고 있는 감독님”이라며 “많이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최종예선으로 가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기는 데 집중하고 싶다. 또 홈 경기에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입국장엔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소속 발달장애인 축구단 ‘복사골FC’ 선수들이 찾아 황희찬을 반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