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단식 결승서 파올리니에 완승
메이저 5회 우승 중 佛오픈만 4차례
2022년부터 이 코트서 19연승 행진
평소 ‘원조 흙신’ 나달 우상으로 꼽아
“나는 한마디로 ‘나달 따라쟁이’다. 그의 역사가 녹아 있는 코트에서 뛴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세계랭킹 1위)는 고교생이던 2019년 처음으로 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 참가했다. 그리고 16강까지 올라 대회 메인 경기장인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를 밟았다. 시비옹테크가 우상으로 꼽는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을 ‘흙신’으로 불리게 만든 바로 그 코트였다. 시비옹테크는 이 코트에서 치른 첫 경기에서는 45분 만에 0-2로 완패한 뒤 “이제 기말고사를 준비하러 가보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시비옹테크는 2020년 이후 올해 준결승까지 이 코트에서 25승(2패)을 기록하면서 ‘흙신의 후계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8일 역시 이 코트에서 열린 결승에서도 자스민 파올리니(28·이탈리아·15위)를 68분 만에 2-0(6-2, 6-1)으로 제압하고 2022년부터 3년 연속이자 2020년을 포함해 통산 네 번째로 프랑스 오픈 정상에 올랐다.
시비옹테크는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솔직히 이 코트를 사랑한다. 해마다 이곳에 돌아오길 기다린다. 올해 2회전에서 거의 떨어질 뻔했는데 여러분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2회전을 잡고 이 순간(우승)이 올 수 있다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시비옹테크는 이 코트에서 오사카 나오미(27·일본·134위)와 2회전을 치렀다. 출산에 따른 대회 출전 공백으로 랭킹이 떨어졌지만 오사카도 메이저 대회에서 4번 우승한 선수다. 시비옹테크는 3세트 게임 스코어 3-5 상황에서 매치포인트 위기를 맞았지만 듀스 끝에 위기를 벗어난 뒤 결국 2-1(7-6, 1-6, 7-5) 승리를 거뒀다. 시비옹테크는 이후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2022년부터 시작된 이 코트 19연승 기록을 이어갔다.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여자 단식을 3연패한 선수가 나온 건 ‘흑진주’ 세리나 윌리엄스(43·미국)의 2012∼2014년 US 오픈 우승 이후 10년 만이다. 프랑스 오픈에서는 1990∼1992년 모니카 셀레스(51·당시 유고슬라비아), 2005∼2007년 쥐스틴 에냉(42·벨기에)에 이어 시비옹테크가 세 번째다.
시비옹테크는 프랑스 오픈 4회에 2022년 US 오픈을 합쳐 메이저 대회 우승 기록이 5회로 늘었다. 남녀를 통틀어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선수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시비옹테크는 또 이날 승리로 프로 데뷔 후 메이저 대회 결승에 5번 오르는 동안 한 번도 패하지 않는 기록도 이어갔다. 로저 페더러(43·스위스·7회), 셀레스(6회)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다.
시비옹테크가 다음 달 1일 개막하는 윔블던에서도 우승하면 6회 연속으로 기록을 늘릴 수 있다. 다만 잔디 코트 시즌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서도 두 번(2008, 2010년) 우승한 나달과 달리 시비옹테크는 잔디 코트에 약하다. 지난해 8강 진출이 윔블던 최고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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