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만남 뒤 승부사로…한화 김경문, 친정팀 두산 꺾고 ‘900승’[어제의 프로야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12일 06시 00분


11일 두산전 승리로 900승 고지에 오른 김경문 한화 감독이 경기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화 제공


한화와 두산이 맞붙은 11일 서울 잠실구장에는 야구팬들과 취재진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2008 베이징 여름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 대표팀의 9전 전승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한화 감독(66)과 이승엽 두산 감독(48)이 사령탑으로 처음 맞붙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특별함을 넘어선다. 베이징 올림픽 당시 김 감독은 한국 야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었고, ‘국민타자’로 활약하던 이 감독은 대표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었다.

이 감독은 당시 극심한 부담에 타격 페이스가 흐트러지며 8강까지 23타수 3안타(타율 0.130)의 부진을 보였다. 대표팀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지만 김 감독은 끝까지 이 감독을 4번 타자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 감독은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역전 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감독은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2점 홈런을 날리며 금메달의 일등공신이 됐다.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김경문 한화 감독(오른쪽)과 이승엽 두산 감독이 11일 경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사령탑으로 다시 만난 김경문 한화 감독(오른쪽)과 이승엽 두산 감독이 11일 경기 전 인사를 하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두산 감독 시절 안방으로 썼던 서울 잠실구장을 원정팀 감독으로 밟은 김경문 한화 감독이  11일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두산 감독 시절 안방으로 썼던 서울 잠실구장을 원정팀 감독으로 밟은 김경문 한화 감독이 11일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경기 시작 약 3시간 전 김 감독과 한화 선수단이 잠실구장에 도착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연장자인 김 감독이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이 감독은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김 감독을 맞았다. 선수 생활은 물론 감독 생활도 두산에서 시작했던 김 감독은 애제자인 두산 포수 양의지(37)의 어깨를 두드리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 감독은 이후 취재진과 만나 “김경문 감독님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감독으로서 맞대결하는 광경은 항상 상상하고 있었다. 김 감독님께서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기대감이 있었는데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제는 상대팀이니까 우리 팀을 위해 100% 집중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김 감독은 “이 감독과 사령탑으로 맞대결을 벌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우승은 잊히지 않는다”며 “현장을 떠나 있을 때도 젊은 감독들이 잘하는 부분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감독은 이제 감독 2년차 인데도 팀을 잘 이끌고 있다. 우리 한화도 다른 팀들에 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결승 2점 홈런을 친 이승엽(오른쪽)을 김경문 감독이 안아주고 있다. 동아일보 DB
2008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결승 2점 홈런을 친 이승엽(오른쪽)을 김경문 감독이 안아주고 있다. 동아일보 DB


훈훈했던 만남이 끝나고 경기가 시작되자 두 감독은 양보 없는 지략 대결을 펼쳤다. 이날 승리를 가져간 팀은 한화였다.

한화는 선발 투수 하이메 바리야의 6이닝 1실점 호투에 집중력 있게 터진 타선을 앞세워 두산을 6-1로 꺾었다. 한화는 5월 한 달간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한 두산 에이스 곽빈을 무너뜨리며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펠릭스 페냐의 대체 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바리아는 이날 최고 시속 153km의 패스트볼과 최고 141km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를 앞세워 두산 타선을 6이닝 3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KBO리그 첫 등판이었던 5일 KT전에서 4이닝 4피안타 2실점 4탈삼진의 무난한 투구를 했던 바리야는 두 번째 등판에서 첫 승을 따냈다.

3회 장진혁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은 한화는 4회 노시환, 채은성, 최재훈이 각각 2루타 1개씩을 터뜨리며 2점을 보탰다. 3-1로 쫓긴 6회에는 이도윤의 적시타와 황영묵의 밀어내기 볼넷, 장진혁의 적시타로 3점을 더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화 새 외국인 선수 바리아가 11일 두산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한화 제공
이날 승리로 김 감독은 900승 고지에 올랐다. 이달 초 한화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까지 두산과 NC 등에서 896승을 기록했던 김 감독은 4~6일 열린 KT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899승에 도달했다.

하지만 제자인 강인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NC와의 주말 3연전에서 2패 1무를 기록하며 대기록 달성을 이번 주로 미뤘다. 그렇지만 또 다른 제자 이 감독과의 첫 대결에서 승리하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6번째로 900승 달성 감독이 됐다. 김 감독에 앞서 900승 이상을 거둔 감독들은 김응용 전 감독(1554승), 김성근 전 감독(1388승), 김인식 전 감독(978승), 김재박 전 감독(936승), 강병철 전 감독(914승) 등이 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내 개인 기록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 한화가 5위 팀과 더 가까워질 수 있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화 장진혁은 11일 두산전에서 4타후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한화 제공
삼성은 대구에서 선두 LG를 6-4로 꺾고 홈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당초 LG 선발로 예고됐던 최원태가 옆구리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면서 LG는 불펜 투수들로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어수선한 상황 탓인지 LG 수비진은 이날 5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삼성은 경기 후반 5-4로 쫓겼으나 8회말 김동진의 쐐기 솔로 홈런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NC는 창원에서 KT의 추격을 8-6으로 뿌리치고 5월 11일부터 이어온 창원 안방경기 11연패에서 벗어났다. NC는 1-3으로 뒤진 2회말 김휘집, 박민우, 박건우의 홈런 3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5-4로 쫓긴 4회말에는 KT 우익수 강백호와 유격수 김상수의 실책을 틈타 3점을 더 달아났다.

키움은 부산 원정에서 롯데를 5-2로 꺾었고, SSG는 연장 10회말 신인 박지환의 끝내기 안타로 KIA에 7-6으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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