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방망이를 잡은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1군 경기에 타자로 처음 출전한 날부터 장타를 날렸다. 역대급 재능으로 평가받은 장재영(22·키움)이 투수로는 이루지 못한 꿈을 타자로 펼쳐 보일 수 있을까.
3년 전 한국프로야구 최다 계약금 역대 2위에 해당하는 9억 원을 받고 투수로 키움에 입단한 장재영은 20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방문경기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한화의 강속구 투수 문동주와 맞대결에서 그는 밀리지 않았다. 3회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고, 2-0으로 앞선 4회초 2사 1루에선 바깥쪽 패스트볼(시속 152km)을 밀어 쳐 1루수 옆을 빠르게 지나는 2루타를 때렸다. 7회초엔 상대 세 번째 투수 남지민에게도 볼넷을 얻어냈다. 2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의 성공적인 타자 데뷔전이었다.
덕수고 시절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에이스였던 장재영은 프로 입단 후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 시즌까지 3년간 통산 56경기에 출전해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에 그쳤다. 103과 3분의 1이닝 동안 삼진 100개를 잡아내는 사이 4사구는 109개나 내줬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했던 장재영은 시즌 중반 부상이 심해지자 구단과 상의 끝에 지난달 타자로 전향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타자로서의 재능도 남달랐다. 고교 3학년 때 타율 0.353에 3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2학년이던 201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는 선배들을 제치고 4번 타자로 나섰다. 그는 지난달 21일부터 퓨처스리그(2군)에서 19경기를 뛰며 타율 0.232(69타수 16안타), 5홈런, 13타점을 기록했다. 삼진 26개를 당했지만 장타력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투수로 프로에 입단한 뒤 타자로 돌아서 성공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국민 타자’ 이승엽(두산 감독),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전 롯데)가 대표적이다. 둘은 입단 초기 부상으로 인해 방망이를 잡게 된 뒤 큰 성공을 거뒀다. KIA 중심 타자 나성범 역시 투수로 NC에 입단했지만 타자로 전향해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장재영은 “내가 선택한 길인 만큼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많이 출루하고 득점권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는 좋은 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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