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호날두 무시 딛고 명예회복”
랑니크가 지휘하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격파, 조 1위로 16강
‘성공에 굶주린’ 선수들과 함께… 특유의 ‘압박축구’로 첫 8강 도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웃음거리가 됐던 랄프 랑니크 감독(66)이 오스트리아에서 명예를 회복했다.”
영국 BBC는 오스트리아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소식을 다루면서 이렇게 전했다. 랑니크 감독이 지휘하는 오스트리아는 26일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의 유로 2024 조별리그 D조 최종 3차전에서 3-2 승리를 거두고 승점을 6점(2승 1패)으로 늘리면서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오스트리아가 이 대회 16강에 오른 건 유로 2020에 이어 통산 두 번째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오스트리아가 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D조엔 FIFA 랭킹 2위 프랑스와 네덜란드(7위), 폴란드(26위)가 함께 속했다. 오스트리아가 네덜란드를 꺾은 것은 1990년 5월 친선경기 이후 34년 만이다. 당시에도 3-2로 이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오스트리아는 네덜란드에 7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프랑스(승점 5)가 조 2위, 네덜란드(승점 4)는 3위로 16강에 올랐다. 24개국이 참가해 4개 팀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는 이번 대회는 각 조 1, 2위와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4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오스트리아가 ‘죽음의 조’로 불렸던 D조에서 예상을 깨고 조 1위를 차지하자 선수들보다 랑니크 감독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다. 독일 출신인 그가 오스트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겪었던 일 때문이다.
랑니크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슈투트가르트, 하노버, 샬케04, 라이프치히 등에서 사령탑을 지냈지만 이른바 ‘빅 클럽’을 지휘한 경험이 없었다. 그러다 2021년 12월 맨유 임시 감독 자리에 올랐는데 29경기를 치르는 동안 11승 9무 9패(승률 37.9%)의 성적을 남긴 채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맨유에서 뛰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가 랑니크 감독을 두고 “그를 보스(감독)로 여긴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선수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
랑니크 감독은 2022년 6월 오스트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성공에 굶주려 있는 어린 선수들과 함께 유로에서 싸워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전술 철학인 압박 축구를 앞세워 오스트리아를 강팀으로 만들었다. 선수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랑니크 감독은 전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축구 교수’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랑니크 감독 부임 이후 오스트리아는 이날 네덜란드전까지 25경기에서 15승 4무 6패(승률 60%)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에선 8승 1무 1패를 기록했는데 이번 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프랑스에 0-1로 진 게 유일한 패배다. 2022년 11월엔 이탈리아, 지난해 11월엔 독일을 각각 2-0으로 꺾기도 했다.
오스트리아를 조 1위로 16강에 올려놓은 랑니크 감독은 “믿기지는 않지만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랑니크 감독은 ‘성공에 굶주린 선수들’과 함께 유로 사상 첫 8강 진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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