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볼넷!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1일 03시 00분


지난달까지 경기당 평균 7.61개… 10개구단 체제뒤 두번째로 많아
투수들, ABS 좌우 공략 어렵고… 정교한 외국인투수 부상 잦은 탓
“프로야구 수준 떨어뜨리는 요인”


키움은 지난달 26일 고척 안방경기에서 NC에 10-7로 이겼다. 그런데 정작 화제가 됐던 건 NC의 9회초 공격 때 나온 9개의 4사구였다.

키움은 선발투수 후라도의 8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8회말까지 10-0으로 앞섰다. 하지만 9회초 차례로 마운드에 오른 불펜투수 박승주, 문성현, 조상우가 볼넷 8개와 몸에 맞는 공 1개를 내주면서 경기를 찜찜하게 마무리했다. 한국프로야구 역대 1이닝 최다 4사구 신기록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선수와 지도자로 3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 겪은 경우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5월 3일 NC-SSG 경기에서도 보는 이들의 진을 빼는 장면이 나왔다. SSG 투수진은 6회초 NC 공격 때 5연속 밀어내기를 포함해 밀어내기로 6점을 내줬다. 역대 최다 연속 밀어내기 실점이자 1이닝 최다 밀어내기 실점 기록이었다. 지난달 22일엔 NC 투수진이 SSG 타선에 밀어내기로만 6점을 허용하며 타이기록을 세웠다.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사상 첫 1000만 관중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투수들의 볼넷 남발은 리그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29일까지 10개 팀 투수들은 401경기에서 모두 3053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7.61개로 10개 구단 체제가 된 2015년 이후 두 번째로 많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으로 논란이 됐던 2021년 8.18개를 기록한 이후 가장 많다. 몸에 맞는 볼 447개를 포함하면 경기당 평균 4사구는 8.73개로 더 올라간다. 이 역시 2021년(9.28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할 때만 해도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져 투수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ABS가 상하 스트라이크는 잘 잡아주는데 좌우로는 상당히 타이트하다”며 “좌우 스트라이크존에 걸칠 정도로 정교하게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많지 않다”고 했다.

각 팀의 ‘원투펀치’를 맡고 있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이 많은 것도 볼넷 남발을 부채질했다. 두산 알칸타라와 브랜든, SSG 엘리아스, 롯데 반즈 등이 시즌 내내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다. KIA 크로우, 한화 페냐 등은 부상 때문에 시즌 도중 교체됐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주축 투수가 부상으로 빠지면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선수들을 마운드에 올릴 수밖에 없다”며 “아직 투구 메커니즘이 완성되지 않은 투수들이 곧바로 1군 무대에서 공을 던지다 보니 볼넷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투수#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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