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로드맵 없이 감독 선임 못하고 4개월 낭비
전력강화위원장 사임에 ‘제2의 클린스만’ 우려도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의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여전히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리지 못하며 제2의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축구협회는 2일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이 외국인 감독 후보들의 면접을 보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현재 거스 포옛(56) 전 그리스 대표팀 감독과 다비드 바그너(52) 전 노리치 시티 감독, 그레이엄 아널드(60) 현 호주 대표팀 감독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와중에 이임생 위원장이 나서 이들을 직접 만나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2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4개월 넘게 사령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진행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은 황선홍,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버텨내야 했다.
축구협회는 지난달 20일 한국 축구 기술철학 발표회를 열고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한국 축구만의 기술철학을 정립하며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에도 이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거창한 슬로건과는 달리 실제 선임 과정에선 뚜렷한 선임 기준이나 시스템도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반복했다.
지난 5월엔 제시 마쉬(미국), 세뇰 귀네슈(튀르키예),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등 다양한 외국인 사령탑을 후보에 올렸으나 진전 없이 흐지부지됐다. 감독 선임에 난항이 계속되자 국내파 사령탑인 김도훈 감독과 홍명보 울산HD 감독으로 무게를 싣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8일엔 새 감독 선임 과정을 이끌던 정해성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위기를 더했다.
난항과 잡음이 이어지자 지난해 2월 클린스만 전 감독을 선임하던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당시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61명에서 시작해 최종 2인으로 후보를 좁힌 뒤 클린스만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히며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클린스만의 인간적인 면모를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하면서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반면, 선임 이후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을 만나 나눈 대화에서 접촉이 시작됐다고 밝히며 뮐러 위원장의 말과 전혀 반대되는 불투명한 선임 기준에 비판이 쏟아졌다.
명확한 프로세스 없이 정몽규 회장의 주도 아래 대표팀 새 사령탑으로 수년간 지휘봉을 잡지 않았던 클린스만 전 감독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인간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뮐러 위원장의 설명에도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 상주 약속을 지키지 않고 K리그를 외면한 채 해외를 돌며 무성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0차례나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새 감독 선임을 논의하던 정해성 전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히자 또다시 눈초리는 정몽규 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에도 전력강화위원회가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지도자협회) 역시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정 위원장의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이 원하는 감독을 내정해 뒀으나 전력강화위가 정 회장의 의중과 다른 감독을 추천하자 결국 정 회장이 정 위원장뿐만 아니라 전력강화위 자체를 불신하고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다.
이어 “정 위원장의 선임부터 사실상 경질까지의 과정은 정 회장의 협회 운영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땜질식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덧붙였다.
현재 축구협회는 오는 9월 초 시작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을 정식 감독 체제로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결정은 정몽규 회장의 몫임이 분명한 상황에 또다시 ‘클린스만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현명한 선택과 소통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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