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현시점에서 KBO리그 ‘최고의 타자’를 꼽으라면 3년 차 내야수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을 빼놓을 수 없다. 0.343의 타율(8위)에 22홈런(공동 2위), 76득점(1위), 107안타(공동 3위), 장타율 0.619(1위), OPS(출루율+장타율) 1.027(1위), 25도루(공동 6위) 등 공격 대부분의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에서도 유일하게 5를 넘기며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수비만큼은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다. 오히려 공격에서의 활약을 상쇄한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 수비 실책 하나가 경기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만큼, KIA로선 딜레마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도영은 지난 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3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2타수 2안타(1홈런)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연장 10회까지 이어졌지만, 김도영은 4회말 수비에서 교체돼 일찌감치 경기에서 빠졌다.
타격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김도영은 1회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나갔고,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22호포.
그런데 4회초 공격이 끝난 뒤 4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김도영은 경기에서 빠졌다. 홈런을 칠 정도로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 없이 경기에서 빠지는 일은 흔치 않다.
수비가 문제였다. 김도영은 3회말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0-3으로 뒤진 1사 1,2루에서 삼성 데이비드 맥키넌이 삼진으로 물러난 순간, 두 명의 주자가 모두 진루를 시도하다 런다운에 걸렸다. 주자를 잡으면서 이닝이 끝났어야 할 순간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돌발 상황이 생겼다. 포수 김태군에게 공을 받은 김도영이 2루 주자 구자욱을 몰아가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1루수 서건창에게 공을 던진 것. 죽다 살아난 구자욱은 3루를 돌아 홈까지 파고들었고, 다시 런다운 과정에서 투수 제임스 네일의 몸에 부딪혀 주루 방해 판정을 이끌었다. KIA의 추가 실점, 0-4가 된 순간이었다.
복합적인 상황이 얽혔지만, 시작은 김도영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수비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으나 ‘본헤드 플레이’라고 봐야 하는 장면이었다.
이 순간 중계카메라엔 이범호 감독이 박기남 수비코치를 강하게 질책하며 격분하는 모습이 비쳤다. 그간 김도영의 아쉬운 수비에도 좀처럼 쓴소리하지 않던 이 감독이 ‘폭발’한 듯했다.
그리고 이어진 4회초 김도영의 홈런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감독은, 4회말 수비와 함께 김도영을 교체했다.
KIA는 그래도 저력을 발휘했다. 8회 나성범의 2점홈런, 9회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엔 대거 5득점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김도영 입장에선 불행 중 다행이었다. 자신의 실수로 분위기가 넘어갔던 경기가 역전승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찜찜함을 남겼다.
김도영은 올 시즌 여러 차례 수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는데, 전반기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서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더구나 2일 경기는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기에 사령탑도 격분했다
김도영은 올 시즌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이미 22홈런-25도루로 20-20 클럽에 도달했다. 전반기 20-20은 역대 4번째이며, 만 20세 8개월 21일의 나이로 달성해 역대 최연소 2위 기록도 달성했다.
문제는 실책도 20개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김도영은 현재까지 19개의 실책을 범해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김혜성(키움·12개)과 7개의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다. 30홈런-30도루에 도전하는 김도영이지만, 이대로라면 30실책도 충분히 가능한 페이스다.
물론 김도영도 변명거리가 있다. 김도영의 고교 시절 주포지션은 유격수지만, 프로 입단 후 선배 박찬호와 포지션이 겹치는 바람에 3루수로 뛰고 있다. 3루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도영이 3루수를 본 것도 어느덧 3년째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전히 큰 개선을 보이지 않고 있기에 KIA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단순 실책이 아닌 2일 경기와 같은 본헤드플레이는 아무리 어린 선수라 할 지라도 ‘수업료를 치렀다’는 말로 넘기기 어렵다. 부족한 수비를 보완하지 않으면 화려한 타격도 빛이 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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