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보다도 말 더 많은 ‘핵인싸’ LG 오스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7월 4일 14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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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대화 중인 오스틴(아래)을 바라보는 염경엽 LG 감독.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기자들과 대화 중인 오스틴(아래)을 바라보는 염경엽 LG 감독.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염경엽 LG 감독은 말이 많기로 유명하다. 경기 전 감독 브리핑 때면 앉은 자리에서 20분은 거뜬히 이야기 보따리를 푼다. 그런데 LG에 이런 염 감독의 발언권을 위협하는 선수가 있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이다.

LG 주전 1루수 오스틴은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방문경기를 앞두고 염 감독의 브리핑을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말을 건넸다. 브리핑 시간에 맞춰 나오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스틴을 발견한 염 감독은 “오늘은 나 대신 네가 (브리핑)하라”며 웃었다. 오스틴은 이후 감독석에서 5분 넘게 질의응답을 한 뒤에야 염 감독에게 자리를 넘겼다.

LG 오스틴(왼쪽)이 잠실구장 1루에서 삼성 강민호(가운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 제공
LG 오스틴(왼쪽)이 잠실구장 1루에서 삼성 강민호(가운데)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삼성 제공
LG전에서 1루를 밟은 상대 선수는 모두 오스틴의 대화 상대가 된다. 오스틴은 “상대 선수가 안타를 치고 오면 ‘나이스 배팅’이라고 하거나 상대 선수들이 최대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말하려 한다. 한국어는 내가 잘 모르니까 ‘맛있어’처럼 내가 아는 말을 아무거나 막 한다”면서 “야구가 재미있는 게 같은 말을 쓰지 않더라도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는 점이다. 그게 스포츠의 매력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가려 했다. 외국인 선수로 이 리그에 처음 왔을 때 선수들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나도 한국 문화와 리그를 존중했다”고 덧붙였다.

상대 선수들도 이런 마음을 안다. 지난해 1루수 부문 올스타 투표에서 선수들이 표를 가장 많이 던진 선수가 오스틴이었다. 그는 올해 이 기록을 2년 연속으로 늘렸다. 오스틴은 “선수들이 내게 많은 표를 준 건 나를 리그의 일원으로 받아준 의미라 뜻깊다. 참 복 받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 응원 중인 LG 오스틴(가운데). LG 제공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 응원 중인 LG 오스틴(가운데). LG 제공
오스틴은 더그아웃에서도 팀의 치어리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타석에만 들어서면 눈빛이 돌변한다. 오스틴은 “야구하는 내내 동료들이 나를 ‘크레이지 가이’라고 불렀다. 동료들과 재미있게 지내며 긴장을 풀어주려 한다. 하지만 타격은 나와 투수의 대결이다. 또 아쉬운 결과가 나올 때가 훨씬 많기 때문에 매 타석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쏟으려 한다”고 했다.

오스틴은 지난해 23홈런(3위), 95타점(2위)을 기록하며 팀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힘을 보탰다.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받았다. 그간 외국인 타자 덕을 보지 못해 ‘외국인 타자 잔혹사’를 반복했던 LG에서 데뷔 첫해부터 팀의 숙원을 모두 해결해 준 외국인 타자가 된 셈이다.

시즌 30홈런, 100타점에 도전하는 LG 오스틴. LG 제공
시즌 30홈런, 100타점에 도전하는 LG 오스틴. LG 제공
오스틴은 올해 3일 현재 17홈런(8위), 69타점(2위)을 기록 중이다. 시즌 처음부터 LG에서 뛴 타자로는 최초로 한 시즌 30홈런-100타점 달성에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오스틴은 “수치상으로는 작년보다 확실히 좋다. 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팀이 올해에도 한국시리즈에 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타점과 수비에서 내 역할을 하고 팀원들도 각자 역할만 해내면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무대 2년 차를 맡아 오스틴의 팬 서비스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올스타전을 앞두고 고향 텍사스의 상징인 카우보이 의상을 주문했다가 배송 오류로 카우보이 모자만 쓰고 올스타전에 나섰던 오스틴은 “올해는 의상이 이미 다 배달됐다. 구단 마케팅팀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많이 기대해달라”고 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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