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설’에 자극을 받은 것일까. 선두 KIA 타이거즈의 ‘앓던 이’와도 같던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2)가 살아나고 있다. 7년 전 ‘통합 우승’의 주역 로저 버나디나를 다시 보는 것과도 같은 기시감이다.
소크라테스는 지난 4일 마무리 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전반기까지 83경기에 출전해 0.298의 타율과 17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0.356로 다소 아쉽지만, 앞선 2년과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다. 장타율은 0.509로 앞선 2년을 상회하는 성적이다.
무엇보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뒤로 하고 점차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소크라테스는 6월 초반까지 공수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타율이 2할7푼대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중심 타순에서 맥을 끊는 경우가 허다해 ‘영양가’가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수비로, 가뜩이나 불안했던 수비력이 더욱 도드라졌다. 6월 6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선 타구 판단 미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뒤 ‘질책성 교체’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소크라테스의 퇴출설은 점점 힘을 더해갔다. 심재학 KIA 단장이 외국인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하면서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였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퇴출설이 절정에 달했던 그때를 기점으로 소크라테스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범호 감독이 과감하게 ‘테이블 세터’인 2번 타순에 기용하면서 힘을 받기 시작했다. 중심 타순의 중압감에서 벗어나면서 타격이 살아난 모양새다.
5월까지 한 번도 ‘월간 3할’을 치지 못했던 소크라테스는, 6월 0.329로 반등했다. 7월엔 3경기에서 14타수 7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 스윕의 주역이 됐다.
질책성 교체를 당했던 그 경기 이후 소크라테스의 타율은 27경기에서 0.354, OPS(출루율+장타율)는 1.059였다. 같은 기간 KIA에서 소크라테스보다 좋은 성적을 낸 타자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히는 김도영(타율 0.356, OPS 1.195) 뿐이었다.
소크라테스의 반등은 7년 전 버나디나와도 흡사하다. 버나디나는 KBO리그에 첫발을 들인 2017년,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당시 사령탑이던 김기태 감독은 버나디나의 타순조차 변경하지 않을 정도로 굳은 신뢰를 보냈고, 버나디나는 6월 이후 완전히 부활했다.
버나디나의 그해 최종 성적은 타율 0.320에 27홈런 32도루 111타점 등이었다. KIA가 9년 만에 ‘V11’을 달성하는 데 결코 없어선 안 될 ‘복덩이 외인’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이미 2년 간 동행을 이어왔긴 하지만, 올 시즌 초반 겪었던 마음고생은 7년 전의 버나디나 못지않았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제 궤도에 오른 소크라테스는, 7년 전 버나디나처럼 KIA의 우승 주역이 될 수 있을까. KIA가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는 점에서 전망은 밝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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