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장고 끝에 홍명보 감독을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지만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내부적으로 제대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아 시간만 낭비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새로운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은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이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후 자진 사퇴한지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감독 선임까지 무려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는데, 협회와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가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냈다는 지적이 많다.
취재 결과 협회가 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을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후보에게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약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팬들이 납득할 만한 ‘좋은 외국인 지도자’ 모셔오는 건 애초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가이드라인을 전강위와 구체적으로 공유하지 않았다.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지급할 위약금까지 고려할 때, 협회가 제안할 수 있는 금액은 130만 유로(약 19억 5000만 원)로 추정되는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연봉보다도 적었다.
그러나 전강위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받던 220만 달러(약 30억 원·추정) 수준으로 생각하고 후보군을 추렸다. 실제로 쓸 수 있는 금액과는 꽤 큰 차이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전강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외국인 지도자만 물색했다.
감독 선발은 전강위가 최종 후보를 추려 보고한 뒤 협회 실무자가 후보자와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방식이었다. 전강위는 협상 과정에는 빠졌다.
축구협회는 지난 5월 전강위의 추천을 받은 제시 마쉬, 헤수스 카사스 등 후보자와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이후 전강위는 처음부터 다시 후보를 추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무려 97명의 후보자를 놓고 하나씩 줄여나갔다. 이때까지도 전강위는 협회가 후보자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정확한 몸값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6월이 돼서야 전강위가 ‘그 기준’을 파악하게 됐고, 생각한 금액보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줄 돈은 없는데 좋은 외국인 지도자를 찾으려 했으니, 헛수고였다.
한 전강위 위원은 “협회가 제대로 금액 등 후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어야 한다. 현실을 모른 채 그냥 ‘좋은 지도자’만 찾은 꼴이다. 조건을 내밀지도 못할 거면, 무엇하러 100명 가까운 후보를 살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뒤늦게 정해성 위원장이 위원들로부터 위임받아 현실적으로 국내외 지도자 중 영입할 수 있는 최종 후보를 추렸다. 이후 정 위원장의 사퇴로 실무 권한을 갖게 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최종후보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 거스 포옛 감독을 만났고 한국으로 돌아와 홍명보 감독을 설득, 선임에 이르렀다. 5개월이라는 긴 시간에 불필요한 과정들이 많이 끼여 있기에, 어쩌면 지금의 잡음은 불가피하다.
축구협회는 이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미숙한 부분이 있었다는 걸 수긍했다. 협회 측은 “전강위가 지원자와 추천 등을 통해 리스트에 오른 수많은 후보를 두고 하나씩 추려갔는데 이 과정에서 한정된 예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산을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등) 미숙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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