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이 이제는 자신을 버리고 한국 축구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울산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경기(0-1 패)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A대표팀 부임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8일 대합축구협회와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계약 기간을 체결했다. 선임 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부임을 강하게 부인했던 홍명보 감독은 말을 바꾸면서 10년 만에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홍 감독은 “2014년 월드컵 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솔직한 심정으로 (A대표팀에) 가고 싶지 않았다. 따라서 지난 2월부터 내 의도와 상관없이 여러 곳에서 이름이 오를 때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면서 대표팀 감독에 대해 일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수원FC전까지만 해도 대표팀 부임을 강하게 부인했던 홍 감독은 입장을 바꿔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홍 감독은 “지난 5일 이임생 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집 앞에 찾아와 2~3시간을 기다려 이를 뿌리치지 못했다. 당시 이 이사가 최근 발표한 ‘한국 축구 기술 철학’을 이야기하며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성에 관해 설명했다. 나 역시 협회 전무이사 시절부터 이를 추진했는데, 이루지 못한 부분이었다. 행정직에서 한계가 있는 이 부분을 A대표팀 감독으로 실행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임생 이사를 만나고 밤새도록 고민했다. 축구 인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두려움도 컸다. 하지만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승부욕이 생겼다”면서 “결과적으로 나를 버리기로 했다. 이제 더 이상 내게 홍명보는 없고 대한민국 축구만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최근 유튜브를 통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폭로한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에 대해서는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하나의 목표로 나가야 한다. 일부 사람들에게 박주호 위원의 말이 불편하게 들릴 수 있지만 포용해서 더 나은 한국 축구로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이날 울산 팬들에게 야유를 들은 홍 감독은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는 “언젠가는 떠나야 할 시기가 오지만 이렇게 작별하게 돼 죄송하다. 내가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내 실수로 이런 이별을 하게 됐다. 내 책임이 크다. 다시 한번 울산 팬, 처용전사에 사과를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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