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LG의 경기는 한여름의 한국시리즈라고 부를 만했다. 선두 KIA와 2위 LG의 맞대결답게 평일 야간 경기임에도 2만 3750명의 관중들이 야구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 내용 역시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했다. 경기 종반까지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고,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길었던 승부의 승자는 선두 KIA였다.
KIA가 9회초 2사후 터진 최형우의 동점 적시타와 연장 10회 박찬호의 역전 결승 희생플라이 등에 힘입어 LG를 5-2로 꺾었다. 5연승을 질주한 KIA는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50승(2무 33패) 고지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50승 선점 팀의 정규시즌 우승 확률은 70.6%(34차례 중 24차례)에 이른다.
8회까지만 해도 LG의 승리가 유력했다. KIA선발 투수 양현종이 2회말 문보경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허용해 선취점을 내줬고, 0-1로 뒤진 8회말에는 최지민이 박동원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하지만 최지민은 계속된 1사 2, 3루 위기에서 김현수를 삼진, 구본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위기를 벗어난 KIA는 9회초 전날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던 LG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무너뜨렸다. 선두 타자 박찬호가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연 뒤 소크라테스의 2루수 앞 땅볼 때 3루를 밟았다. 다음 타자 최원준은 유영찬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후속 타자 김도영의 유격수 땅볼 때 최원준은 2루에서 포스 아웃되면서 경기는 이대로 끝나는가 했다. 하지만 KIA에는 전날 최고령 만루홈런을 터뜨린 ‘해결사’ 최형우가 있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던 최형우는 2사 1루에서 좌중간 깊숙한 곳에 떨어지는 안타를 쳐냈고,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김도영은 2루,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 적시타였다.
기세를 탄 KIA는 연장 10회초에 경기를 뒤집었다. 1사 후 서건창의 볼넷과 한준수의 우전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박찬호가 LG 4번째 투수 백승현을 상대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 역전에 성공했다. 소크라테스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최원준은 바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1, 2루간을 빠지는 적시타를 터뜨렸다. LG 우익수 홍창기의 홈 송구가 포수 뒤로 넘어가는 사이 소크라테스마저 홈을 밟으며 스코어는 5-2로 벌어졌다. KIA 전상현은 10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지켜냈다.
KIA 선발 양현종은 이날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400경기 선발 등판 기록과 함께 역대 세 번째 11시즌 연속 100이닝 기록을 동시에 세웠다. 양현종은 5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면서 팀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반면 LG는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고 연패에 빠지면서 전날 2위에서 3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KT는 수원 안방경기에서 두산을 상대로 연장 10회말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양 팀은 9회까지 6-6으로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KT 천재타자 강백호는 2사 1, 3루에서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을 상대로 끝내기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길었던 승부를 끝냈다. 개인 통산 첫 번째 끝내기 안타였다. 9회말 등판한 김택연은 세 타자를 공 9개로 모두 삼구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을 연출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진 못했다.
롯데는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투수 반지의 6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SSG를 6-1로 꺾었다. 한화도 외국인 투수 바리야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삼아 키움에 7-0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대구 경기에서 장단 16안타를 터뜨리며 NC를 15-6으로 대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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