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CC오픈 조직위원회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의 협의를 거쳐 이번 대회에 한해 선수들의 반바지 착용을 허용한다고 10일 발표했습니다. KPGA투어 56년 역사상 정규대회에서 반바지 착용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를 가장 반긴 선수 중 한 명은 ‘디펜딩 챔피언’ 장유빈(22·신한금융그룹)이었습니다. 장유빈은 “정말 좋다. 하지만 사실 이번 주에 반바지를 챙기지 않았다. 반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소식을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께서 대회장으로 반바지를 가지고 오신다고 했다. 대회 기간 내 착용할 예정”이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는 또 “아시안 투어 경기와 금메달을 획득했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반바지를 착용한 바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11일 열린 대회 군산CC오픈 1라운드에서 장유빈은 반바지가 아닌 긴바지를 입고 라운드를 했습니다. 이날 144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1명이 반바지를 입었는데 장유빈은 11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KPGA 관계자는 “아직도 적지 않은 한국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리는 정규대회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을 어색해한다. 장유빈도 고민 끝에 입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장유빈은 1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치며 공동 6위에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대회 둘째 날인 12일. 장유빈은 마침내 어머니가 챙겨온 반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이날엔 전날보다 많은 17명이 ‘반바지 라운드’를 했는데 장유빈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장유빈의 어머니는 무더위 속에 치러진 이번 대회를 위해 무려 5벌의 반바지를 현장으로 가져왔습니다. 집에 있는 반바지를 모두 찾아서 들고 왔다고 합니다.
장유빈은 이날 시원한 반바지를 입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했습니다. 장유빈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8개를 몰아치며 중간합계 14언더파 130타로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습니다. 2위 김백준(12언더파 132타)과는 2타 차이입니다.
장유빈은 경기 후 “전지 훈련을 갔을 때도 항상 반바지만 입고 훈련을 한다. 해외투어 대회에 나가면 반바지를 입고 경기하는 게 익숙하다”면서 “하지만 아직 KPGA투어에서 반바지를 입는 것이 어색하긴 하다. 하지만 오늘처럼 덥고 습한 날에는 반바지가 너무 편하고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남은 3, 4라운드에서도 반바지를 입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주말에 비 예보가 있어서 날씨를 확인한 뒤 입을지 말지에 대해 결정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군산CC오픈은 장유빈에게 KPGA투어 첫 우승을 안긴 대회입니다. 지난해 이맘때까지 아마추어 신분이던 그는 이 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첫 우승을 따냈고, 곧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이후 그는 프로로 전향했습니다.
장유빈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아마추어 신분이라 우승 상금 1억 원은 받지 못했습니다. 상금은 2위를 차지한 전가람의 몫이 되었지요.
정확히 1년 만에 장유빈은 같은 대회에서 프로 첫 승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력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올 시즌 장타 1위, 평균타수 1위,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가 모두 장유빈의 차지입니다. 우승컵에 입을 맞추지 못했을 뿐 준우승 3번을 포함해 톱10에 7차례나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지난달 30일 끝난 비즈플레이·원더클럽오픈은 큰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5타차 앞선 선두였던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허인회에게 따라 잡힌 끝에 연장전에 끌려들어 간 뒤 무릎을 꿇었습니다. 역전패 당일 펑펑 눈물을 쏟았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단독 선두에 오른 뒤 “역전패의 기억은 머리에서 싹 지웠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면 좀 힘들어졌을 것 같긴 하다”며 “남은 이틀도 좋은 성적이 나올 것 같다. 지금 페이스대로 최종일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번 대회는 KPGA 첫 반바지 대회인 동시에 사상 첫 ‘상금 채리티’에 따른 추가 상금이 지급되는 대회입니다. 대회 총상금은 7억 원,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인데 군산CC 측은 갤러리 입장료와 식음료 판매 수익 등을 상금에 보태기로 했습니다. 12일 KPGA의 집계에 따르면 총상금은 1라운드 이후 8억 7140만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대회 종료 후 총상금은 10억 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장유빈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다면 올해는 첫 우승 상금에 추가 상금까지 받고 그간의 설움을 훨훨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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